한국에서 화제를 몰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려다가 실패했다.
거래의 기본인 입출금 통장 개설부터 딱 막혔다. 본인 명의 핸드폰으로 받은 인증번호를 입력하라는데 더 이상 SK텔레콤 고객이 아니니 진행이 불가능했다.
얼마 뒤 한건의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뱅크에서 대출받은 4건 중 1건은 20대 젊은이들로 소득이 불안정하고, 부채관리 능력이 떨어져 부실이 우려된다는 보도였다.
카카오뱅크는 ‘비상금 대출’로 명명된 300만원 한도의 간편 대출을 신용등급 8등급(전체 10등급 중) 이상만 되면 내어 준다. 이에 질세라 대형은행과 지방은행이 모바일 간편 대출을 출시하는 자극제가 됐음은 명약관화다.
이쯤 되니 희미하게 떠오르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혹시나 찾아보니 역시나이다. 지난 9일은 때마침 이 ‘악몽’이 시작된 지 정확히 10년째 된 날이었다.
2007년 8월9일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는 미국 모기지 채권 전문 헤지펀드의 출금을 중단했다. 27억5,000만유로, 당시 환율로 37억6,000만달러 규모였다. USA투데이는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해 2월에 이미 시작됐지만 8월9일까지 그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겪은 어려움은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글로벌 시장 곳곳을 말 그대로 쓰나미처럼 휩쓸었는데 이후 학자들은 비극의 도화선으로 ‘전염성 탐욕’과 ‘잉여 자본’을 꼽았다.
탐욕은 사리분별력을 떨어뜨리고 무서운 속도로 전염된다. 또 필요 이상의 자본이 생기면 자본주의는 거품을 만들었다가 상흔을 남긴 채 붕괴된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부터 10년 전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거의 예외가 없었다.
금융공학, 파생상품의 뒤를 이어 새롭게 성장할 또는 탐욕스러운 잉여 자본이 노리는 새로운 분야는 핀테크(Fintech)로 보인다. 금융에 모바일 인터넷, 스마트폰,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더한 개념으로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얼마나 매력적인지 한국에서는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소유 및 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마저 국회를 중심으로 허물 태세다. 잉여성이 강한 탐욕은 늘 명분을 찾았으니 핀테크는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으로서 강력한 정체성을 확보한 듯 보인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모기지 승인의 문턱이 낮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은행권을 규제해온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불안요소는 늘 존재하니 국제결제은행(BIS)은 6월 보고서에서 미국은 약한 소비와 투자, 보호무역주의 등 성장전망을 위협할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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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 경제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