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고기 찬가

2017-08-17 (목) 12:00:00 Ellen B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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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이면, 등대아래 바위 위에서 짖어대는 바다사자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어두운 창문 밖, 검은 밤을 바라보며 바다를 저어가는 물고기를 생각합니다. 돌진하며 요동치는 근육 좋은 참치들, 바다를 휘젓는 굶주림의 폭풍, 저 돌풍같은 채찍질과 불 밝힌 도시처럼 넓은, 바다 위 은빛 강을 여행하는 청어들을. 그리고 모든 작은 호흡들을: 주름진 해파리의 맥박, 오징어의 추진력, 새우의 눈부심, 유리 같은 껍질로 하여 녹색으로 빛나는 투명한 피부의 규조류. 매일 밤, 물의 기둥을 저어 오르고, 새벽이면 활공해 내려가는 그들은 세상을 힘차게 돌리는 윤활유를 바른 모터입니다. 열기를 북극으로 보내고 추위를 열대지방으로 끌어내리고 해류를 지구위에 풀어놓습니다. 나의 방은 아주 고요합니다, 생명력 없는 고요. 움직이지 않는 인간의 도구들: 열쇠, 동전, 해류 속에 한 때는 꽉 잠겨있던 조개들, 오팔 빛의 전복껍질, 진주 귀걸이. 다만 시계 위의 푸른 바다빛의 숫자만이 작은 변화를 알리고, 팔을 벌린 단풍나무 가지에 드리운 달그림자만이 방을 가로질러 똑딱일 뿐입니다. 그러나 벼랑의 뒤에서 푸른 고래는 노래하며 수면으로 떠오릅니다, 결빙의 깊이를 퍼내는 저 우주적인 국자. 드넓은 동맥, 내가 헤엄이라도 쳐 도착할 수 있을, 천 파운드 심장을 가진 그.

Ellen Bass ‘물고기 찬가’

임혜신 옮김

잠 못 드는 밤, 시인은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거대한 대양의 밤을 생각한다. 검푸른 바다 속의 고래며 참치, 새우며 규조류까지, 밤의 깊은 곳을 달리는 또 다른 생명들을 생각한다. 창백한 인간의 불면 속으로 찾아와 흐르는 해류들, 저 먼 바닷가 절벽 너머에서 어둠을 유영하는 고래들. 그들의 생명력으로 인해 시인의 죽은 듯이 고요한 방에도 우주적인 맥박이 뛰기 시작한다. 상상 속에서 서로 다른 세상이 손을 잡는다. 한 마리 고래처럼 눈 뜨는 어둠, 고요하고도 역동적인 불면의 밤이다. 임혜신<시인>

<Ellen B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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