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우아동 돕기 36년 소탈한 ‘국민할배’

2017-08-12 (토)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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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일기’ 최불암-김민자씨 부부

▶ 초록우산재단 성금보내기 운동

“‘전원일기’로 인해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이 저절로 제 몫이 돼버렸고 그러다 보니 벌써 37년이 돼버렸네요.”

소탈한 웃음의 국민 아버지가 ‘한국인의 밥상’으로 국민 할배가 된 지금까지 최불암(77)씨가 계속 붙들고 있는 타이틀이 있다. 바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이다. 지난 11일 아내 김민자씨와 함께 본보를 찾은 최불암씨는 “어린이 재단을 후원하는 ‘한국불우아동 남가주 후원회’가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아 전국후원회장으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감사의 뜻을 전하러 왔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948년 설립된 미국기독교아동복리회(CCF) 한국지부가 전신이다. 최불암씨는 1981년부터 서울지역 후원회장을 맡았고 1985년 전국후원회장을 자청한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 돕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고 있다.


“1981년 MBC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김회장이 CCF를 통해 금동이를 막내아들로 입양하는 내용이 방영됐죠. 이에 감동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처럼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제게 편지를 보내고 MBC방송사를 못살게 굴었죠.”

그 해 MBC연기대상을 수상한 최불암씨는 상금으로 100만원을 받았고 그의 집사람(김민자씨)이 상금을 어린이돕기성금으로 기탁해 버렸다. 그렇게 이들 부부의 후원이 시작되자 그가 출연했던 ‘전원일기’와 ‘수사반장’의 식구들, 김민자씨가 출연하던 ‘보통사람들’의 배우들이 모두 동참했다.

“우리 (드라마) 식구들의 후원이 한국일보에 대서특필되면서 정말 많은 어린이들이 후원을 받을 수 있었고 CFF는 큰 힘을 얻었죠. 1981년부터 3년 간 7만 명의 후원자가 등록을 해서 미국 본부에 초청받아 갔을 정도니까요.”

전국 후원회장으로 활동하던 1987년 최불암씨 부부는 고 김석산 당시 어린이재단 회장과 함께 남가주 지부(지부장 윤병열)를 설립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불우아동 남가주 후원회는 지금까지 미주 한인들의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성원을 한결같이 받고 있다.

“통계를 보니 남가주 후원회가 설립된 이후 30년 동안 1,300만 달러(한화 150억원)의 후원금을 보내왔네요. 남가주 후원만으로 3,000명의 어린이 수혜자가 생겨난거죠.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미국에 와서도 어린이재단을 생각하고 도와주는 한인들을 일찍부터 만나고 싶었지만 좀처럼 한국을 비울 수 없었던 그는 KBS ‘한국인의 밥상’ 제작진의 양해를 얻어 3박4일 일정으로 지난 10일 LA에 왔다. 도착하자마자 남가주 후원회 회원들과 만남을 가졌고 감사를 전하는 그는 되레 “고맙습니다”는 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전원일기’와 ‘한국인의 밥상’ 덕택에 부자가 되었다 길래 의아했죠. 들어보니 향수병을 달래는 특효약이라는 겁니다. 매년 한국을 다녀와야 지병(?)이 치료가 됐는데 ‘전원일기’ 이제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고국의 하늘을 보고 부모와 친구의 모습을 본다고 하네요.”


‘한국인의 밥상’은 그에게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팔도강산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느라 육신은 고달프지만 음식의 문화와 역사를 돌이켜보고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은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니 그에게도 보람은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처럼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 앞에 나서서 나눔을 독려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집사람도 청각장애우들을 돕는 ‘사랑의 달팽이’를 공동 창립해 13년 째 봉사하고 있어요. 많은 연예인들이 봉사와 나눔에 전면으로 나서고 홍보대사로 활동하는데 좀더 커지길 바라는 게 선배들의 마음입니다. 한국이 아무리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아직도 많아요.”

언젠가 그가 진정한 봉사는 비 맞고 있을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며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라고 했다. 창립 70년을 목전에 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버려진 아이들, 독거노인들을 돕고 전 세계 어린이들을 돕는 글로벌 아동복지전문기관으로 성장해가는 동력이 바로 그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다.



불우아동 돕기 36년 소탈한 ‘국민할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남가주 지부 역할을 하는 한국불우아동 남가주 후원회 30주년을 축하하러 LA를 찾은 최불암·김민자씨 부부가 활짝 웃고 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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