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극으로 끝난 신혼생활
LA 한인타운에서 신혼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지난달 30일 새벽 경찰은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성태경(31)씨를 발견하고 현장에 있던 아내 유미선(26)씨를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 남가주 한인사회는 한동안 강력사건 없이 평온하던 중 한인타운 한 복판에서 살인사건이 터지자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존의 가정폭력과는 구분이 된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 사건은 남성 가해자, 여성 피해자의 구도이다. 관련 살인사건의 경우 폭력적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고, 여성이 남성을 살해한 경우도 기본적으로는 남성의 오랜 폭력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30일의 피살 사건은 이같은 일반적 가정폭력 사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했을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단, 짧은 결혼생활 중 부부 사이에 갈등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말 부부가 함께 작성한 각서를 보면 서로 아껴주며 욕하지 않기, 손 안대기, 화내도 똑같이 복수 안하기, 게임 · 술 정도껏 하기 등 10여 조항에 달한다. 함께 생활한 몇 개월 동안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 한편 부부로서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인연이 죽고 죽이는 악연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가슴 아프다.
결혼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일심동체가 되는 인륜지대사이다. 성장배경, 성격, 취향, 하다못해 식성까지 다른 사람들이 하나가 되려면 마찰은 불가피하다. 모든 부부가 신혼 초 적어도 한번은 거치는 통과의례이다. 대부분의 부부는 이 과정을 거치며 성숙한 관계로 발전한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성공적 결혼생활의조건이다.
아울러 결혼생활이 성공하려면 건강한 생활태도가 필수이다. 사건 당시 부부는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편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고, 아내는 알콜과 약물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만취해 무방비 상태인 남편을 환각상태의 아내가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참혹한 결말을 피할 길은 없었는지 안타깝다.
결혼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실이다. 현실의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함으로써 갈등 수위를 조절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