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한인 산악인 김기준씨, 컨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 대장정
몬태나의 그레이셜 팍 레드 이글 레이크에서 김기준씨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린 깃발을 펼쳐 보이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함께 하는 트리플 크라운 도전, 꼭 성공해야죠.”
뉴욕한인 김기준(43, 사진) 씨가 컨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DT), 6개월간의 기나긴 장정에 나섰다.
지난 3일 기차를 타고 뉴욕을 출발, 7일 몬타나의 엘리자벳 레이크에서 3100마일의 산행을 시작한 김씨는 이번 CDT 완주에 성공하면 한인 최초로 미국 3대 트레일 그랜드 슬램에 성공, 트리플 크라우너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김씨는 지난 2008년 애팔래치안 트레일(AT), 2015년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완주했다.
25개의 국립 산림과 21개의 야생 지역 등 몬타나와 아이다호, 와이오밍, 콜로라도 등을 지나 뉴멕시코의 국경 지역까지의 이번 여정은 이전의 두 번의 트레일과는 의미가 남다르다. 바로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는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깃발을 들고 여정 기간 동안 만나는 낯선 이들에게 세월호참사와 희생자들의 사연, 그리고 아픔을 극복해가는 대한민국에 대해 알리고 있다.
그는 이번 트레일에서의 완주가 트리플 크라운의 완성 뿐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분명히 역할을 할 것이라 믿고 있다. 지난 달 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미주 동포 간담회에 참석, 깃발에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인은 세월호 희생자들과 함께, 험한 산행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야생 생활이나 다름없는 산행은 만만치 않다. 이미 곰을 두차례 만나 위기를 모면하고, 산불을 목격하고 911 에 신고하는 등 혼비백산할 일들을 맞닥뜨렸다. 5-6일마다 마을에 내려와 샤워를 하고 다시 산행을 이어가는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나마 매번 쉬고 가라며 자신의 집을 기꺼이 내어주는 순박한 사람들의 정과 대자연의 위대함도 큰 위안이 되고 있다.
김씨는 “세월호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 많은 공감을 한다”며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과 함께 우리 미래가 꼭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내년 1월 뉴멕시코 도착을 목표로 1일 아나콘다 마운틴 산행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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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