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레로’
2017-08-03 (목) 12:00:00
Gerald Stern
진달래꽃들이 불꽃처럼 번져가고
일본 단풍나무가 마구 피어나던
밝은 대낮에 부엌에 들어서서
나는 아들의 소니를 틀고 양말은 신은 채
래커를 칠한 바닥을 미끄러져 갔지
식재료가 든 병들을 흔들어대며, 나는 보았지
설탕과 보리가 어떻게 되는 지
오랜 세월 뒤의 내 볼레로는 어떤 지
나는 아직 충직한지,
허리가 날씬 하던 때는 대체 언제였던가를
만일 내 춤이 너무 향수에 젖어 있었다면, 당신은
어디 있었던 거지, 내가 산 채로 불타고 있을 때, 나이팅케일?
좋은 시가 평이하게 시작해서 짧은 반전으로 놀라운 감동을 남긴다면 이 시가 바로 그런 시이다. 시인이 실제로 아들이 고등학교 때 쓰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볼레로에 맞춰 춤을 추었던 일이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라고 한다. 볼레로를 따라 찾아오는 여인의 향기, 사랑의 기억들, 그 먼 추억에 젖어 춤을 추던 그는 헤어진 여인에게 묻는다. 내가 그리움에 타 죽어가고 있을 때, 나이팅게일이여, 너는 나를 버리고 어디에 있었느냐고. 너무나 흔해 고루한, 지난 사랑의 아픔을 이 마지막 한 줄 보다 더 깊고 뜨겁게 그려내기는 어렵겠다. 오직 최고의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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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ald S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