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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교수 LA 첫 개인전, 캔버스에서 자신을 비우고 지운다는 것은

2017-07-24 (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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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클루 8월4일까지

‘내가 바라보는 풍경 안에는 실제로 내가 없음을 알게 된다’

화가 이호진 초대전 ‘실체’(The Substance)가 오는 8월4일까지 LA갤러리 클루(4011 W. 6th St.)에서 열린다. 뉴욕의 프랫 인스튜티트와 뉴욕대 미술대학원에서 페인팅을 전공했고 인천카톨릭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호진씨가 LA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다. 이씨는 프랑크프루트, 파리, 베이징, 뉴욕 등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쳤고 가나 갤러리, 금산 갤러리 등 한국은 물론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 미국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작가이다. 공공미술 분야에서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도맡아 독도 문화예술설치, 가좌공업단지 디자인거리 조성사업, 문화역서울284 로비 설치작업 등 회화와 설치를 넘나들며 작업의 영역을 넓혔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프랑스 철학가 장 그르니에의 소설에 등장하는 ‘부재에 대한 사유’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의 결과물이다. 다른 사람으로서의 예술가, 예술가로서의 다른 사람. 철저히 다른 사람으로서, 캔버스에서 자기를 비워내고 자신을 지워내는 과정을 반복해왔는데 이전과 최근 작품을 비교해보면 그가 겪어온 ‘덜어내는 고통’을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곧 폭발할 듯한 거대한 도시의 풍경과 그 속의 소용돌이치는 에너지를 마주할 때 문득 그 풍경에서 소외된 내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내가 나 자신의 영혼을 느끼는 순간이며, 광기로 가득 찬 도시의 속도감 안에서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내 내면의 풍경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푸코의 논리를 빌리면 나의 존재는 타자를 통해서만 인지될 수 있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굉음과 파시스트적인 속도는 정적이 흐르는 내 내면의 텅 빈 풍경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그 순간은 정의할 수 없는 이름으로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다른 풍경으로 인해 금세 희미해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의 극적인 체험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아 내 안의 남루함을, 민낯의 나를 대면케 한다”고 작업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문의 (213)235-7271 홈페이지 www.galleryclu.com
이호진 교수 LA 첫 개인전, 캔버스에서 자신을 비우고 지운다는 것은

이호진씨 작품 ‘G. Rubber Soul’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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