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남가주 주택시장 전망
▶ 최근 5년 연속 상승불 “아직 최고점 아니다” 우세
남가주 주택가격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돈이 웬만큼 있어도 내집 장만은 엄두도 내기 어려울 정도다. 주택 구입이 계획이 있어도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라는 생각에 주택 구입을 미루는 구입자가 많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조금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택 구입에 다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주택가격이 진정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적어도 2년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고 장기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가 경제 전문가 및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남가주 주택 가격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 5년간 오른 집값 2년간 더 오를 것
남가주 주택가격이 62개월 연속 상승 행진을 기록 중이다. 5년 전만해도 오렌지카운티와 LA 카운티 지역에서 콘도미니엄을 약 28만달러(중간가격)만 주면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림도 없는 소리가 되어 버렸다.
단독주택 가격의 상승세는 더욱 심하다. 5년전 LA 카운티 지역의 단독주택 가격은 약 49만5,000달러, LA 카운티의 경우 약 32만3,000달러였지만 지금은 거의 집 한채 값에 해당하는 약 26만달러나 더 올라 내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 졌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보니 최근 ‘이제 집값이 떨어질 때도 되지 않았나’하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지가 경제 및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분간 주택 가격이 떨어질 일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가주 주택가격은 적어도 향후 2년간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고 상승 기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있었다.
주택가격이 끊임없이 오르다보니 혹시 ‘거품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거품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소수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남가주 주택 가격이 서서히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의견은 제시됐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둔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택 구입 계획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만약 주택 구입 계획이 있고 단기 처분 계획이 없다면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더 오르기 전인 지금도 주택 구입 계획 적기로 보고 있다.
■ 주택 가격 최고점 도달했나?
남가주 주택가격이 5년 연속 오르고 있지만 아직 최고점에 달했다고 본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다. 주택 가격대별 최고점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저가 대 주택의 경우 최고점이 아직 멀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반면에 200만달러를 넘는 고가 주택의 경우 가격이 최고점에 근접했다는 분석과 함께 매물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았을 경우 남가주 카운티 중 오렌지카운티와 LA 카운티의 주택가격은 이미 직전 최고점을 돌파했다. 리버사이드와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주택 가격은 직전 최고점 대비 약 18% 정도 낮은 수준으로 최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주택 가격 상승세가 현재 속도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대로 진행된다면 주택 가격이 적어도 앞으로 2~3년 내에 직전 최고점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직전 주택 가격 상승 기간을 살펴봐도 현재 주택 가격 상승세가 더욱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주택 시장 침체 전까지 남가주 주택 가격은 연간대비 무려 약 126개월(약 10년 반)간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주택 가격 상승기가 과거처럼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 얼마나 더 오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남가주 주택 가격이 적어도 앞으로 2년간 더 오를 것으로 봤고 2년 넘게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의 전문가도 일부 있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따라 주택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 6~7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시장조사기관 ‘리얼 데이터 스트래터지’의 팻 벨링 대표는 “주택 가격이 언젠가는 조정기를 거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적어도 2~3년간 더 이어지겠지만 상승폭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의 오스카 웨이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남가주 주택 가격 상승폭이 올해 약 5%, 내년에는 약 4%, 2019년 약 2.5%로 조금씩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남가주 지역 중 리버사이드와 샌버나디노 카운티를 포함하는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폭이 올해 약 8~9%로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 상승폭이 낮아지는 것일 뿐 큰 폭의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 주택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장기간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경제연구소 비콘 이코노믹스의 크리스토퍼 손버그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총생산’(GDP)이 현재 수준인 연간 약 2.5% 성장을 유지하고 모기지 이자율이 4.5%대를 넘지 않는다면 남가주 주택 가격이 연간 약 6%씩, 향후 6~7년간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손버그 이코노미스트의 전망대로라면 오는 2023년 오렌지카운티와 LA카운티의 주택중간가격은 각각 약 100만달러와 약 80만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 혹시 ‘거품’이 아닐까?
남가주 주택 가격이 거품이라고 진단한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다. 주택 시장 침체전과 비교할 때 거품으로 볼 수 있는 징후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손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직전 주택 시장 거품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과도한 대출 관행을 지적했다.
당시 무자격 대출자들에게 모기지 대출이 무분별하게 발급된 것이 주택 가격 거품의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또 그동안 신규 주택이 매우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바람에 현재 수급이 매우 불균형한 상황으로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도 매우 낮아졌다.
주택 시장 침체 직전인 2007년 봄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의 매물 대기기간은 약 11.5개월로 올해의 약 4개월보다 3배나 길었다. 매물 대기기간이 길다는 것은 매물이 시장에서 팔릴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다는 것을 뜻하고 수요에 비해 매물이 과잉 공급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같은 기간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매물대기기간은 약 16.5개월 대 4개월,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약 8.5개월 대 4개월 미만으로 크게 단축됐다.
주택 보유자들의 대출 건전성도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돼 거품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2006년 당시 약 43%에 달하던 2차융자 보유 대출자들은 현재 약 4.8%로 크게 낮아져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연체 위험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다운페이먼트 비율 역시 2006년 약 11.8%에서 지난해 안정적인 비율로 여겨지는 약 18.6%로 높아졌다.
거품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남가주 주택 가격이 과대평가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루거 이코노믹스의 G.U. 크루거 대표는 “매물 가격이 너무 높아져 구입자들 사이에서 과대평가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와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주택 가격은 이미 과대평가된 것으로 조사됐고 LA카운티 역시 소폭 과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은?
적어도 2년내 주택 시장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윌리엄 유 UCLA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2년간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그러나 2년뒤 주택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뉴포트비치 소재 채권 운용사 핌코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 주택 시장 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10%미만으로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향후 5년내 침체 가능성은 약 70%로 상당히 높다”라고 예측한 바 있다. 남북 관계 악화, 유럽 연합 붕괴, 원유 가격 급등 등의 국제 정세에 따라서도 주택 시장 침체 발생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핌코측은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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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