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도 그리고 젖은 키스들’

2017-07-06 (목) 12:00:00 Ann Iv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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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번

나는 부모님의 키스를 보았다


한 번은 아버지가 귀 수술 하시고 난 뒤

내가 일곱 살쯤 되었을까, 왜 키스를 하셨는지 모르지만,

젊은 시절 라이프가드를 하신 이후

잘 듣지 못하게 되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니면, 무거운 유리 우유병들을 들다가

갈비뼈 사이의 연골이 터진 뒤였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엄마가 유방절제 수술을 하고 난 뒤였다.

회복실에서 나온

엄마의 안경을 벗은 눈은 슬퍼 보였다-

작고 물기가 서린.

아버지는 허리를 굽혀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가, 고개를 저으셨다

그렇다 그것뿐이다: 그게 전부다

두 번의 작은 키스

그것이 나를 파도처럼

다가가 부딪치곤 하는 두 개의

해안선.

이전도 이후도 없이 시인이 간직하고 있는 부모님의 키스에 대한 기억이 인생사의 아픔을 보듬어 보게 한다. 두 번의 키스라기 보다 두 번의 잊혀지지 않는 키스라고 해야 맞을지 모른다. 한 번은 아버지가 청력수술을 하셨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어머니가 유방을 잃으셨을 때다. 병원에서 입을 맞추던 어머니와 아버지, 인간의 사랑은 얼마나 나약하고도 아름다운가. 절망과 희망의 두 해안선 같은, 이 두 키스의 기억을 시인은 파도처럼 오고간다. 혹시 우리에게도 부모님이 입을 맞추시던 기억이 있는가? 그 때가 아마 인생의 가장 큰 고비가 아니었을까.임혜신<시인>

<Ann Iv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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