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주택 시장이 여름철 폭염과 함께 뜨거워 졌다. 매물을 내놓자마자 집을 보기 위한 바이어들의 행렬이 이어지는가 하면 집을 보기도 전에 오퍼를 제출하는 바이어까지 등장했다. 매물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내집 장만이 절실한 바이어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모기지 이자율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좌불안석인 바이어들까지 늘고 있다. 주택 시장 폭염 사태는 비단 남가주만의 현상이 아니다.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주택 가격이 다시 치솟으며 주택 구입자는 물론 기존 세입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바이어들 ‘급하다 급해’
LA 동부 지역의 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는 오픈 하우스를 단지 한차례만 개최하고 바이어들로부터 오퍼 3건을 제출받았다. 한인 에이전트와 셀러측은 남가주 주택 시장이 셀러스 마켓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우선 임대용 투자 주택으로 운영되던 집을 세입자가 나간 뒤 약 3주간에 걸쳐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리모델링이 완료된 뒤 집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바이어들에게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월요일에 집을 내놓은 뒤 그 주 토요일에 실시 예정인 오픈 하우스 행사를 통해 집을 처음 공개하려는 전략이었다. 뜸을 들이며 바이어들의 관심과 경쟁심을 동시에 증폭시키려는 목적이었는데 예상은 적중했다. 오픈 하우스를 개최하기도 전 이미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가 나타났다. 집을 보지도 않고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는 리스팅 가격보다 약 1,000달러를 더 써 내면서 높은 관심을 적극 반영했다.
3시간 가량 실시된 오픈 하우스 당일에는 약 15명의 바이어들이 줄지어 다녀갔고 이후 2건의 오퍼가 더 제출됐다. 그중 한건의 오퍼 역시 리스팅 가격보다 약 3,000달러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다운페이먼트 비율도 상당히 높아 거래 성사율이 높은 오퍼였다.
한인 리스팅 에이전트와 셀러는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는 만족감과 함께 3건의 오퍼 중 1건을 골라 에스크로를 곧장 개시했다.
■ 높은 주거비로 내집 장만 힘들다
주택 시장의 폭염 현상은 남가주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대도시 곳곳마다 주택 매물 공급이 달리면서 주택 가격이 치솟아 대기 구입자와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택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한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당분간 주택 임대를 이어가야 할 세입자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높은 주거비 부담이다.
하버드 대학 공동주택연구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가국의 약 3분의 1이상이 가구 소득의 약 30%이상을 주거비에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높아져 내집 마련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주택 공급이 꽉 막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매년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서가 지적했다.
크리스 허버트 하버드 대학 디렉터는 “경제 회복과 함께 소득이 개선되고 가구수가 늘고 있지만 주택 공급이 늘지 않고 있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가구 소득 대부분 주거비로 나가
높은 주거비 부담은 최근 수년째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택 임대료 등 주거비 부담이 가구 소득의 30%를 넘으면 주거비 부담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만약 주거비가 소득의 50%를 넘는 경우 주거비 부담이 심각하게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하버드 대학의 조사에서 2015년 주거비 부담이 30%를 넘는 가구는 약 3,890만 가구로 전체 가구 중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전년에 비해 약 90만 가구가 감소했을 뿐 큰 폭의 개선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해인 2015년 가구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가구는 약 1,88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16%를 차지했다.
가구 소득의 30%~50%를 주거비로 쏟아 부어야 하는 가구가 무려 전체 가구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지난 2년간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오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주거비 부담에 신음하는 가구수는 현재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구 소득대비 높은 주거비를 지출하는 가구 비율은 도시별로 차이가 있지만 마이애미, 데이토나 비치, 리버사이드, 호놀룰루 등의 도시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극심한 매물 가뭄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매물 부족 현상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물의 시장 대기 기간은 약 3.3개월로 1980년대 이후 평균 기간인 약 5.1개월을 훨씬 밑돈다. 매물 대기 기간은 매물이 주택 시장에 나온 뒤 팔릴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지난해의 경우 집을 내놓으면 거의 대부분 3개월 만에 팔릴 정도로 매물 공급이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주택 시장의 매물 수급 상황이 균형을 이뤘을 때의 대기 기간은 약 5~6개월 정도 걸린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주택의 숫자는 약 165만채로 1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은 수요가 높은 저가대 주택일수록 심각하다.
저가대 주택은 첫 주택 구입자들의 수요가 높은 가격대로 건축업체들이 최근 신규 공급을 크게 줄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과 2015년 사이에 건물 면적 1,800평방피트 미만 신규 공급 주택은 연평균 약 13만6,000채로 과거 평균 약 50만채를 크게 밑돌았다.
신규 주택 공급 부족탓에 결국 주택 가격은 지난해 직전 최고가를 약 5.6% 넘어선 것으로도 조사됐다. (인플레이션 감안시 약 15% 하회).
■ 지역별 주택 가격 회복세 큰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전국적으로 회복됐지만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일부 지역은 직전 최고가를 넘어선 반면 오히려 주택 가격이 하락한 지역도 있었다. 인플레이션율을 적용했을 때 동부와 서부 해안가 지역의 주택 가격은 2000년 이후 약 4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서부와 남부 지역의 주택 가격은 2000년 대비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별로는 라스베가스, 시카고, 디트로이트, 탬파의 주택 가격은 아직 직전 최고가를 회복하지 못한 반면 덴버,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등의 집값은 이미 최고가를 경신중이다.
■ 저소득층 임대 주택도 부족 사태
주택시장 침체 직후 아파트 등 임대용 다가구 주택의 건축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임대 수요도 급등하는 바람에 임대료는 여전히 상승세다. 또 아파트 건설사들이 저소득층용 아파트보다 고급 아파트 공급을 늘려 저소득층 세입자들은 임대료 부담과 임대 매물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 주택의 공실률은 약 6.9%로 3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5년과 2015년 사이 월 임대료 800달러 미만짜리 저소득층 임대 주택 공급은 약 26만1,000채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월 임대료 2,000달러가 넘는 유닛은 무려 약 150만채나 넘게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 주택소유율 바닥
치솟는 주택 가격과 높은 주거비 부담에 주택 소유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택 소유율은 2004년 약 69%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드디어 지난해에는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약 63.4%로 떨어져 주택 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다행히 주택 소유율은 더 이상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개선될 전망도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인종별 주택 소유율간 큰 격차를 나타냈는데 흑인의 주택소유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의 주택 소유율은 196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백인보다 약 30%포인트나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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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