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빌려주기’
2017-06-20 (화) 12:00:00
Hal Sirowitz 작 임혜신 옮김
이아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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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너무 주기만 해요, 심리상담사가 말했다.
받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자를 처음
만나면, 당신은 책을 빌려주죠.
책을 돌려주기 위해 그녀가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보세요, 그녀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답니다.
더구나 당신을 다시 만나면
그 책에 관해 묻을 거고 또 책을
더 빌려주기도 할테니
그것이 두렵죠.
그래서 그녀는 데이트를 취소해요. 결국
많은 책들만 잃게 되는 거죠. 당신이
그녀에게 책을 빌려야 되는 거예요.
착한 사람이 늘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본다. 많이 주면 뭔가가 잘 될 것 같지만 세상사란 것은 오묘해서 더하기 빼기가 딱 들어맞지가 않다. 호의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라는 책을 자꾸 열어 보여주는 것도 문제다. 빌려준 쪽이 아니라 빌려오는 편, 보여준 쪽이 아니라 감춘 쪽이 주권을 잡는 수가 허다하다. 관계는 결국 정치다. 인정하고 싶거나 말거나 relationship은 감성의 정치다. 밀땅 못하고 퍼주기만 하는 순진 답답파는 계속 책과 애인을 잃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오래 오래 착한 시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이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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