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있다. 수 천 만 명의 아이들이 9개월 동안의 꽉 짜인 일과에서 벗어나 석 달의 긴 휴가를 맞게 된다. 어떤 아이들에겐 신나고 보람 있는 매일 속에서 몸과 마음이 훌쩍 클 수 있는 성장기가 될 것이고, 어떤 아이들에겐 무덥고 지루한 매일 속에서 게을러지며 자칫 탈선에 빠져드는 불행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이 자신과 함께 부모다. 맞벌이 부모 뿐 아니라 전업주부 엄마에게도 긴 방학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방학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개학 후 아이들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교사들의 말에 부모들의 스트레스는 한층 가중된다.
각자 형편에 따라 데이케어에서 서머캠프, 해외여행에서 입시학원, 자원봉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용돈벌기까지 선택은 다양하다. “방학은 교육의 연장”이기는 하지만 공부보다는 재미있고 신나게 익혀가는 생활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무엇을 하든 계획에서 실천까지 “즐겁고 의미 있게”라는 전제가 효과적이다.
자녀 자신이 원하는 일의 리스트를 만들게 한 다음, 함께 지우고 더해가며 방학 계획을 완성할 수 있다면 성공적 출발이다. 아이 스스로 원해서 동의한 그래서 실천 가능한 계획이 세워진데다, 부모와 자녀가 묻고 토의하며 결정해 가는 ‘대화’도 하게 된다.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대화의 상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충분히 놀면서 조금은 늦잠도 자고, 게임도 하고, TV도 보는 즐거운 휴가 중이지만 지켜야 할 것은 있다. 책 읽기와 일 하기, 그리고 가족 여행이다. 책상에서든 침대에서든 많은 책을 읽었다면 방학 중 공부엔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될 것이며, 나이에 따라 가사 돕기나 자원봉사를 통해 자립심과 책임감을 익힐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가족여행이다. 하루 피크닉이건 별렀던 고국방문이건 함께 즐긴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자녀가 오래도록 기억하는 ‘즐겁고 의미 있는 여름방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