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달프지만… 내 사업 한 번 해보자!

2017-04-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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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겸 자영업자 서경석 부품가공업체부터 중식당까지 ‘사장님’15명 성공비법 인터뷰

고달프지만… 내 사업 한 번 해보자!

사장하자[서경석 지음, 버튼북스 펴냄]

20~30대는 취업 장벽에 부딪혔고 50~60대는 은퇴 절벽으로 밀려났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는 사람도 늘고 있다. 요즘 부쩍 ‘창업’이 화두에 오르는 이유다. 실제로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자영업자가 12만7,000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껏 생각한 ‘내 사업’이 경쟁 치열한 레드오션인 경우가 태반이다. 사장님이 늘어나는 시대를 겨냥해 방송인 서경석이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기업인 15명의 이야기를 담아 ‘사장하자’를 펴냈다. 반도체와 LCD 초정밀 국산화 부품가공업체인 아이원스의 전신은 소규모 기계부품 제조업체인 동아엔지니어링으로, 김병기 사장은 손윗동서의 부탁으로 서류업무를 도와주러 잠시 들렀다가 회사에 합류했다.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5개월 만에 거래처 영업에 뛰어들었지만 누구도 그의 명함을 관심있게 받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를 짜냈다. 명함 뒤에 500원짜리 동전을 투명테이프로 붙이고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문구를 넣었다. 명함 200장에 10만원을 투자했더니 주목을 받았고 대기업과의 거래도 성사시켰다. 사명을 ‘아이원스’로 바꾼 뒤에는 ‘원(one)’ 담배를 사서 회사를 알리는 문구를 적어 명함처럼 활용했다.


“내 명함 한 장을 상대방에게 기분 좋게 전달하기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와 영업방식이 회사의 동인(動因)으로 작용”했다. 1년에 1억2,000만 명의 충치를 치료할 수 있는 치과용 충치치료제 생산업체 메타바이오메드를 이끄는 오석송 회장은 원래 미국 기업의 한국 지사 관리이사였지만 폐업으로 직장을 잃게 되자 살던 아파트까지 팔아 회사를 인수했다. 그러나 ‘사장’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모든 것을 잃었다. 동생과 친척들이 3억 가까운 돈을 빌려줘 다시 사업에 도전했지만 3년 만에 다 날렸다.

죽기로 마음 먹었다가 ‘죽을 용기로 살면 무엇인들 못하겠나’ 싶어 재기했고 지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사장하기도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라 생각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행동도 변한다”고 저자가 덧붙인다. 저자가 만난 사장들은 업종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사장은 참 고통스러운 자리”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책이 소개하는 마지막 사장은 요리 전문 프로그램으로도 얼굴을 알린 중식당 ‘목란’의 이연복 쉐프다. 식당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을 묻자 “웬만하면 식당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 사장이 되려 한다면 “최소 3년 이상의 제대로 된 경험이 있어야 하고 짜장만 세 끼 먹고도 견딜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사장의 길이 험난하다는 뜻이다. 제집에는 돈 한 푼 가져다주지 못할지언정 직원들 급여는 밀리지 않게 애써야 하고, 버티기 어려워 회사 문을 닫으면서도 어떻게든 직원들 퇴직금을 챙겨야 하는 고통은 사장이기에 겪는 고충이다.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9년째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짬뽕 전문점과 카페를 개업한 저자 서경석 자신도 ‘사장님’이다. 그는 “15명 사장들을 인터뷰하며 함께 일하는 식구들을 보는 내 시선이 변했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이 섰으며, 불경기와 비수기를 핑계대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인지 깨닫게 됐다”면서 “세월이 흐를수록 ‘사장하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사장의 수가 줄어들 것 같지도 않지만 과거에 사장했고 지금 사장하고 있는 분들 덕에 우리 경제가 유지되고 있으니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청한다, 사장 한번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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