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 [황상민 지음, 푸른숲 펴냄]
2016년 9월부터 실패한 대통령의 모습이 실시간 생중계됐다. 그의 적나라한 실체를 마주한 국민은 자신의 모습을 들킨 당사자만큼이나 수치심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렴한 정치인의 표상이었다. 그렇다면 몇년새 그가 변한 것일까.
심리학자인 저자는 단언컨대 “없었던 마음이 새로 생긴 게 아니라, 오랫동안 설마 하면서 보지 않고, 믿지 않으려 한 마음”으로 그를 봐 왔기 때문에 대중은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분명히 술잔이었는데, 잠깐 눈을 감았다 떴더니 마주한 두 사람의 옆 모습으로 변하는 그림인 ‘루빈의 컵’으로 설명된다.
이는 동일한 것을 마주하더라도 주관적 해석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인간의 인지적 특성으로, ‘착시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원리는 정치인을 바라보는 심리에도 작동한다. 어떤 정치인에게든 좋은 이미지와 나쁜 이미지는 있기 마련이지만 대중은 이를 동시에 바라보기보다는 현재 내 심리상태로 그들을 바라보며,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부각하거나 외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은 대통령의 자질과 조건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나의 어떤 욕망을 실현해줄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자신의 욕망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로 꼽히는 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을 인용해 영웅 신화 심리를 설명했다. 현실에서 대중이 정치인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은 이런 영웅 신화의 틀에서 나온다는 것. 이 ‘영웅 프레임’은 착시효과의 대표적인 요인이 돼 정치인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심리로 발현된다.
또 “몸은 21세기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지만, 정치, 특히 권력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의식은 왕조 체제와 일제 강점기에서 10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저자의 지적은 쓰디쓰다. ‘떠나야 할 때’ 이전에 대통령을 떠나 보냈기에, 다음번에는 ‘떠날 때 박수 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도록 우리 내면의 욕망을 반드시 마주하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진 정치적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