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운전대를 놓아야 하나
2017-04-14 (금) 12:00:00
교회 주차장에서 85세 한인노인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70대 한인여성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9일 LA동부에서 발생했다. 지난 가을 오렌지카운티 야외공연장 주차장에서 80세 한인노인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 2명의 사망자를 내고 지난 3월 과실치사 유죄평결을 받은 69세 한인의 60번 프리웨이 교통사고 등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참사다.
9명의 보행자를 덮쳤던 오렌지카운티 사고의 원인에 대해 당시 경찰은 “운전능력 떨어진 고령운전자의 실수”라고 밝혔으며 60번 프리웨이 사고를 낸 운전자는 사고 직후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진술했다. 이번 역시 경찰은 비슷한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노인 운전자의 치명적 교통사고 원인으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 혼동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신체적·정신적 노화로 인해 판단력과 반응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운전의 가장 기본능력인 시력과 청력에, 기본체력까지 약해지니 치명적 사고 지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노인이 ‘위험 운전자’는 아니다. 안전하게 운전하는 90대 노인들도 적지 않다.
미 전체 운전자 6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미국에서 오래 전부터 부각되어 온 노인운전 안전문제가 이젠 한인사회에도 발등의 불이 되었다. 운전하는 노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덩달아 틴에이저 자녀만이 아니라 노부모님의 자동차 열쇠도 압수해야 하나가 고민이라는 성인자녀들도 늘어간다.
노인들의 운전 중단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면적은 넓은데 대중교통 발달이 뒤쳐져 “자동차가 발”인 남가주에서의 운전은 실용적·정서적 자립의 상징이다. 운전을 못하면 당장 장보기와 의사진료 등 기본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배우자와 건강과 친구를 계속 잃어가는 생의 황혼기에서 또 하나 중대한 상실감을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언제 운전대를 놓아야 하나”는 노인 자신이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해야 할 과제다. 일단 결단을 내리고 나면 가장 기본적 운전은 허용되는 ‘제한 운전면허’나 우버 등 차선의 방법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