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량 늘지 않고 구입 여건만 악화 되풀이
▶ 금리인상으로 상당수 바이어들 능력 벗어나
본격적인 봄 성수기로 접어든 주택 시장이 예상 밖의 암초를 만났다. 올해는 나아지겠지 했던 매물 부족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여러 집계에서 올 초 주택 시장의 매물 재고량이 예년에 비해 훨씬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주택 구입 수요가 가장 높은 중저가대 매물의 경우 씨가 마르다시피 해 주택 거래 감소로 이어져 주택 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본격적인 성수기에 돌입한 주택 시장 현황을 짚어본다.
■ 구입 능력 악화가 주택 시장 발목 잡는다
지난 2월 잠정주택 판매가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약 5.5%(전달대비) 증가했다.
잠정주택 판매는 구입 계약이 체결됐지만 에스크로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거래량이다. 통상 에스크로가 1달 반에서 2달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 시장 성수기인 3~4월에 주택 거래 건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사전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택 시장 호조가 올한해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택 가격 상승, 모기지 이자율 상승, 주택 매물 부족 등으로 인해 주택 구입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국영 모기지 기관 프레디맥은 주택 구입 능력 악화로 올해 주택 시장이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프레디맥은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올해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약 600만채)보다 감소한 약 590만채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2000년과 2016년 사이 무려 약 76%나 치솟았지만 같은 기간 1인당 소득은 약 72% 증가에 그쳤다.
수년간 매물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져오고 있는데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마저 상승세로 주택 구입 여건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션 베케티 프레디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준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발급 및 주택 거래 감소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미 주택 구입비용이 상당수 구입자들의 구입 능력을 벗어난 상태”라고 부동산 전문매체 ‘하우징와이어’(Housingwire)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대도시 주민 상당수 세입자
대도시 주민의 상당수가 세입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연방 센서스국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국 100대 도시중 세입자 비율이 주택 소유주 비율보다 높은 도시는 52개 도시로 나타났다.
이중 29개 도시는 대규모 차압 사태 발발 시점인 2009년 이후부터 세입자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세입자 비율이 급등 현상은 최근 주택 시장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덴버나 샌디에고는 물론 얼마 전까지 도시 공동화 현상이 우려됐던 디트로이트, 볼티모어 등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입자가 급격히 증가한 시기는 2008년 주택 시장 침체 이후로 대규모 차압 사태로 집을 잃은 주택 소유주들이 세입자 대열에 대거 합류했다. 이후 주택 재구입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거나 아예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세입자 비율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밀레니엄 세대와 다운사이즈 수요가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증가하면서 주택 임대 수요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주택 소유율이 반짝 증가를 기록했지만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임대 수요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시 연구소’(Urban Institute)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입자 비율은 오는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입자 증가 현상은 주택 시장 상황과 인구 변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주택 다운사이즈 수요가 높은 은퇴자들 중 상당수가 구입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추세가 향후 세입자 비율을 끌어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택 매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세입자 비율이 낮아지기 힘들 전망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중 매물로 나온 주택 재고는 100만채 미만으로 트룰리아가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저치다. 주택 구입 능력을 갖춘 세입자도 매물이 부족한 현상 때문에 임대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잠정 주택판매 큰 폭 증가
지난 2월 잠정 주택 판매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 상승폭은 1년래 최고치, 지난 10년 사이 두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올해 주택 거래 활황 예고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집계에 따르면 2월중 잠정 주택 판매 지수는 약 112.3으로 전달(약 106.4)보다 약 5.5.% 급등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약 2.6%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잠정 주택 판매는 주택 구입 계약이 체결됐지만 아직 매매가 완료되지 않은 거래를 의미한다. 주택 거래가 통상 약 45~60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4월중 주택 거래량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자율 상승을 우려한 구입자들이 올해는 서둘러 주택 구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며 “기온도 예년에 비해 따뜻해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활동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택 거래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향후 주택 거래 증가가 원활한 매물 공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주택 매물 재고량은 지난해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주택 거래 증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요가 가장 높은 중저가대 매물이 크게 부족해 주택 거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주택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 등 구입 여건이 개선되지 못해 거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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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