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드 큐레이팅 아이디어-로히트 바르가바 지음, 심포지아 펴냄
▶ 트렌드, 단편 사실 열거 아닌 의미·가치를 부여하는 작업, 기발한 이야기·아이템 수집…공통 현상 찾아 트렌드 규정.
의미전달 쉬운 용어 만든 후 지속성·영향력 등 검증 필요
우리는 트렌드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트렌드 예언의 홍수다. 연말 연초면 우리의 미래를 지배할 새로운 물결을 가늠하는 기사들이 신문이든 TV든 온갖 매체에서 넘쳐난다. 올 들어서만 트렌드라는 단어를 제목에 포함한 책이 최소 15권(단행본 기준)은 출간됐으며 한 해 통틀어 100권 이상 쏟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왜 트렌드를 알고 싶어 할까. 트렌드는 돈의 흐름이다. 스스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낸다면, 적어도 트렌드가 생겨나는 초창기 그 흐름에 편승하기만 해도 사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거다.
‘트렌드 큐레이팅 아이디어’를 쓴 로히트 바르가바는 트렌드를 “현재를 관찰하고 그 내용을 적절히 큐레이팅한 결과물”이라고 정의한다. 2011년부터 매년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는 그 역시 스스로를 ‘트렌드 큐레이터’라고 자칭한다. 흥미롭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그러한 아이디어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저자에 따르면 트렌드는 발견하는 게 아니다. 발견한 사실은 트렌드를 형성하는 재료일뿐이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 없이는 트렌드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모호하거나 단편적인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트렌드라고 지칭하는 사례가 무수하다. ‘시각적인 것이 대세다’ ‘드론의 시대가 왔다’ ‘콘텐츠 마케팅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다’류의 ‘뻔한 트렌드’ 예측에 대해 저자는 편향된 예측과 나태한 사고의 결과물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렇다면 트렌드를 어떻게, 잘 골라낼 것인가. 우선 이 책의 원제인 뻔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는 사고(Non-obvious)를 해야 한다. 이 역시 배움과 훈련이 필요한데 요약하자면 총 5단계의 과정을 거쳐 키울 수 있다.
첫째는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이다. 그 소스는 행사나 모임에 나눈 대화일 수도 있고 책, 영화, 잡지, 잘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일 수도 있다. 건초 더미를 쌓듯 모으되 왜 그 이야기에 주목했는지 짤막한 메모를 남겨두는 게 좋다.
둘째는 개별 스토리를 상위 아이디어로 묶는 일이다. 묶는 기준은 인구통계학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의 욕구나 동기일 수도 있다. 그다음은 트렌드를 규정할 차례다. 병원이나 백화점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소비자들의 쇼핑경험을 좀 더 낫게 하려는 경향이 발견됐다면 ‘쇼핑 최적화’라는 트렌드로 분류하는 식이다. 이때 특정 업종에서만 나타난 현상을 묶는 것은 금물이다.
4단계는 이름짓기다. 부르기 쉽고 보는 순간 의미가 전달돼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가령 바르가바는 온라인 콘텐츠를 소셜 미디어에 최적화하는 SMO라는 용어를 2006년에 만들었다. 현재는 이 용어가 업계 용어로 통용되고 있고 위키피디아에도 등재됐다. 용어를 만든 뒤에는 마지막 5단계 증명이 남았다. 저자에 따르면 트렌드의 3요소는 지속성, 영향력, 참신한 아이디어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럴싸한 이름을 지었어도 바로 폐기한다.
저자는 ‘아무로 예측하지 못하는 것을 예측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지성인’이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하며 이 과정을 반복하면 “변화하는 현재를 담은 아이디어를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큐레이팅함으로써 현대적인 지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자기계발서 같은) 지침서가 그렇듯 이 책에서 밝히 큐레이팅 방법론은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뒷부분에서 그가 밝힌 트렌드 목록들도 독자들이 따라해보기엔 지나치게 전문적이다.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소통에 열정적인 사람이다. 머리말에서 자신에게 이메일(rohit@trustimg.com)을 보내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말을 걸면 언제든 답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