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신이 빚은 ‘불’ 과 ‘얼음’ 의 땅

2017-03-24 (금) 박평식 아주투어 대표
크게 작게

▶ 아이슬랜드 · 그린랜드

아이슬랜드(Iceland)와 그린랜드(Greenland).

두 섬은 이름과 환경이 정반대다. ‘얼음 땅’을 뜻하는 아이슬랜드가 아니라 이웃한 그린랜드가 진짜 얼음 땅이다. 이름은 초록섬을 의미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커다란 얼음들뿐! 그린랜드는 남극 다음 가는 빙상의 땅이다.

이같은 아이러니는 바이킹들의 거짓말에서 유래한다. 800년경 고향을 떠난 바이킹들이 아이슬랜드에 정착했는데 이들 가운데 머리털이 붉어 ‘빨간 에리크’라 불리던 에리크 토르발손이 죄를 짓고 쫓겨나 서쪽으로 항해해 새로운 땅에 도착했다. 비록 얼음땅이지만 다른 바이킹 이주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숲과 풀이 풍부한 땅이란 뜻의 그린랜드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반면, 아이슬랜드는 일조량이 적어 나무가 자라지 못하며 걸핏하면 화산이 터진다. 황량한 갈색 사막과 바위와 용암이 만들어낸 검은 평원, 연기를 내뿜는 붉은 화산, 푸른 얼음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 바다, 융단처럼 부드러운 초록 이끼가 드리워진 초원, 장엄하게 쏟아지는 폭포, 온통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 부글부글 끓다가 솟구치는 간헐천, 오묘한 물빛의 온천과 투명한 호수까지…. 전혀 때 묻지 않은 이 순수의 자연 풍광이 전세계 여행자와 탐험가를 강렬하게 매혹시킨다.

▦인간계와 천계 사이 어딘가… 아이슬랜드

▶레이캬비크+골든 서클

수도 레이캬비크는 고위도임에도 불구하고 겨울 평균 0도, 여름 평균 10도의 온화한 기후를 자랑한다. 화산, 폭포, 간헐천, 온천 등 희귀하고 신비로운 매력이 응집돼 있으며 겨울에는 오로라를, 여름에는 맑은 태양을 만날 수 있다.

레이캬비크 인근에는 ‘골든 서클’이 가장 유명하다. 지각변동의 근원지로 잘 알려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팅벨리르 국립공원’(Thingvellir National Park) 간헐천의 대명사 ‘게이시르’(Geysir) 그리고 황금폭포라 불리는 거대한 ‘굴포스’(Gullfoss) 폭포까지, 아이슬랜드를 대표하는 세 여행지의 위치가 원의 모양을 이루고 있어 골든 서클이라 부른다.

▶불과 물의 땅… 이색 명소

아이슬랜드에는 총 780여 개의 화산이 있는데 그 중 활화산 ‘헤클라’(Hekla)는 874년 이후 세기마다 한번씩 대폭발을 일으켜 ‘지옥의 문’이라고 불린다. 헤클라 산은 트레킹이 가능하지만, 활동중인 화산을 트레킹 하는 것이 두렵다면 ‘크라플라’(Krafla) 등의 안전한 휴화산을 트레킹할 수 있다. 크라플라 화산지대는 1700년대부터 300년간 형성된 지역으로, 현재도 지하 3km 밑에 마그마가 흐르고 있다.


화산재와 자욱한 연기로 뒤덮인 검은 땅은 아이슬랜드의 푸른 빙하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 ‘스카프타펠 국립공원’(Skaftafell National Park)은 아이슬랜드의 자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모티프가 된 에메랄드 빛 얼음동굴은 용암으로 데워진 300도의 뜨거운 해수가 바다 밑에서 분출돼 빙하를 녹이며 형성됐다. 총 면적 8,099km깊이 1km에 달하는 이 푸른 동굴은 아이슬랜드 국토의 8%에 해당할 정도로 거대하다.

또 영화 ‘인터스텔라’의 얼음행성 촬영지인 ‘스비나펠스요쿨'에는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잿빛 빙하의 장엄한 모습이 끝없이 펼쳐진다. 투명한 빙하가 녹아 흐르는 아이슬랜드의 폭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얼어붙은 땅 사이로 흐르는 거대한 폭포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45m·넓이 100m의 ‘데티포스’(Dettifoss) ‘신들의 폭포’로 불리는 ‘고다포스’(Godafoss) 폭포 뒤쪽으로 아기자기한 길이 이어지는 ‘셀레란즈포스’(Seljalandsfoss) 포토그래퍼들의 단골 촬영지인 높이 60m의 ‘스코가포스’(Skogafoss) 폭포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관광 포인트다.

▦초록을 꿈꾸는 순백 땅, 그린랜드

국토 3분의 2 이상이 북극권에 속한 그린랜드는 윈시의 빙하기 모습으로 다가온다. 거대한 밍크고래, 흔히 에스키모로 알려진 원주민 이누이트(Inuit), 바닷표범, 유니콘을 닮은 일각고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빙산과 수천만년의 세월을 품은 빙하 대륙…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펼칠 수 없는 자연의 섭리, 그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직접 경험 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바로 그린랜드다.

그린랜드의 해안선 길이는 약 3만9330㎞로, 적도에서 잰 지구 둘레와 거의 같다. 빙하 두께도 무려 1,500~3,000m다. 육지는 85%가 거대한 얼음 덩어리다. 빙상은 공기가 적게 포함돼 오묘한 푸른빛을 띤다. 얼음이 덮이지 않은 나머지 땅은 해안지방으로 고원과 산맥으로 이뤄져 있다.

▶백야의 나라, 여행 시즌은 7~8월

그린랜드는 6개월은 백야, 6개월은 밤이 계속된다. 여행 시즌은 백야이자, 따뜻한 스웨터 한 장만 걸쳐도 될 만큼 날씨가 쾌청한 여름 두 달뿐이다. 이 시기에만 아이슬랜드에서 그린랜드로 향하는 하늘길이 열린다.

물론, 그마저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비행이 취소되기도 하고, 활주로가 짧아 큰 비행기는 이곳 땅을 밟을 수조차 없지만…

그래서 그린랜드는 ‘신의 은총이 있어야만 여행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유럽인들 중에서도 그린랜드 여행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아주와 함께 그린랜드를 여행한 ‘신의 은총’을 받은 여행가들 사이에서도 이곳이 생애 가장 감동적인 여행지였다는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랜드는 머릿속에 그려왔던 우리 예상과는 좀 다른 모습이다. 인구 6만명에 자치권을 갖춘 이곳에서 사람들은 최신 홈시어터를 갖춘 유럽풍 주택에서 살고, 몇 걸음 되지도 않는 마을에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쇼핑은 마켓에서 신용카드 한 장으로 즐긴다. 수도인 누크(nuuk)에는 이름마저 멋진 북극대학도 있다. 눈으로 만든 얼음집 이글루는 말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물론 그린랜드 전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북 그린랜드의 울티마 툴(ultima thule: 세상의 끝) 지역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중부 이북으로 올라가면 개썰매를 타고 북극곰, 바다표범, 고래 등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본래 이누이트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린랜드 투어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일루리삿’(Ilulissat)이다. 빙산이란 의미의 일루리삿은 그린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거대한 빙하와 그 빙하가 만든 아이스피오르드, 또 바다를 가득 메운 수많은 빙산들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바로 그 빙산들을 보트를 타고 스릴있게 항해하며 감상하는 칼뱅 빙산 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얼음을 가르며 바다로 들어가면 거대한 마천루를 이룬 빙산의 장대한 광경이 펼쳐진다. 그린랜드 여행의 백미이며, 지상 최대의 아이스쇼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빛을 내뿜는 빙산들은 옥이나 사파이어보다 빛깔이 더 매력적이다. 운이 좋으면 거대한 빙하와 거기서 갈라진 빙산들이 물 속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일루리삿에서는 이색 고기와 생선 모듬식 같은 특별한 전통 식사도 맛볼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아이슬랜드와 그린랜드, 두 나라가 선사하는 기쁨은 다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만큼 황홀하다. 금방 괴물이 튀어나올 듯 시린 빙하 사이를 누비며 하이킹을 즐기고, 물범과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투어에 참가하고, 강에서 여유로이 연어나 송어 낚시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이곳에 못 박고 살아가는 이누이트가 된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수만년된 빙하 조각을 떼어다 라면을 끓이고, 커피와 위스키를 마시다니!

해가 지지 않는 매일 밤 떠다니던 거대한 부빙들이 무너지는 환상의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의 황홀한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릴없이 또 한 번 아이슬랜드와 그린랜드로 떠날 수밖에!

(213)388-4000 tourmentor@usajutour.com

<박평식 아주투어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