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세대별 동향 보고서
주택 시장은 경제 상황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근 경제가 수년간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고용 시장이 안정되고 이에 따라 주택 구입 능력을 갖추게 된 대기 구입자들이 늘었다. 동시에 이자율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주택 구입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등 주택 구입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최근 발표한 ‘주택시장 세대별 동향 보고서’(2017 Home Buyer and Seller Generational Trends)가 경제 및 주택 시장 여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세대별 주택 구입 동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 X 세대,’해 뜰날 온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대는 밀레니엄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다.
밀레니엄 세대는 첫 주택 구입 연령대로 접어들면서 올해 주택 구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세대다. 이미 은퇴 연령층에 진입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탄탄한 주택 자산 가치를 보유한 세대로 이들의 주택 매매 동향에 따라 주택 시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서 주목받는 세대다.
반면에 중년층에 접어들고 있는 X 세대는 주택 시장 침체의 가장 큰 피해자로 거의 잊혀 진 존재였다. X 세대가 주택을 장만한 시기는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X 세대는 가족을 막 꾸리고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된 시기였다. 그러나 곧이어 터진 금융 위기와 경제 대공황 여파로 주택 가치가 폭락하고 실직자가 늘어나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됐다.
이번 조사에서 X 세대는 여전히 높은 가계 부채와 낮은 주택 가치로 인해 조만간 주택 구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또 X 세대의 학자금 부채 규모는 평균 약 3만달러로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높은데 이 점 때문에 젊은 밀레니엄 세대보다도 주택 구입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X 세대의 중간 주택 보유 기간은 약 10년으로 다른 세대에 비해 긴 편”이라며 “2011년 이후 주택 가격이 약 41% 상승하고 최근 고용시장이 다시 안정되면서 X 세대의 주택 매매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X 세대의 주택 구입 비율은 전체 세대 중 약 26%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약 28%로 높아질 전망이다.
■ 베이비부머, ‘자식 생각 안 할 수 없어’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미 자녀를 다 독립시키고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세대다. 은퇴를 하기위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집을 구입하거나 아예 은퇴용 주택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되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관련, 주택 구입 동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젊은 베이비부머 세대 중 주택 매매시 성인이 된 자녀를 고려한다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주택 가격 때문에 분가하지 못하는 성인 자녀를 고려해 다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주택 구입을 고려한다는 비율이 약 20%로 지난해 조사 때의 약 16%보다 높아졌다.
다세대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이유는 부모 집에 얹혀 살아야하는 자녀 때문인데 약 30%에 해당한 젊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현재 18세 이상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과 치솟은 주택 임대료가 젊은층의 초봉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젊은층의 주택 구입 시기 지연이 낮은 주택 소유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전 세대에 걸친 ‘그놈의 학자금 융자’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을 느끼는 세대는 밀레니엄 세대뿐만 아니다. 전 세대에 걸쳐 일부 또는 다수가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 때문에 주택 매매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학자금 융자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밀레니엄 세대로 약 46%가 여전히 학자금 융자를 갚아야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학자금 융자 금액 면에서는 X 세대가 평균 약 3만달러로 가장 높았고 밀레니엄 세대의 평균 학자금 융자 금액은 약 2만5,000달러로 조사됐다.
베이비부머 세대 역시 일부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을 안고 있었다. 약 16%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여전히 학자금 융자를 갚는 것으로 조사됐고 평균 융자 금액은 약 1만달러였다.
주택 구입 필수 조건인 다운페이먼트 자금 마련 역시 학자금 융자 상환 때문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밀레니엄 세대 중에는 약 55%가, X 세대는 약 29%, 젊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약 9%가 다운페이먼트 마련시 가장 큰 장애물을 학자금 융자 상환 문제로 지목했다.
■ ‘인터넷 매물 검색 → 에이전트 통한 구입’ 순서
세대 구분 없이 인터넷을 통한 매물 검색과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한 주택 매매 비율이 여전히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약 90%가 지난해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해 주택을 사고팔았다고 답했을 정도로 에이전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셀러스 마켓’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셀러가 자신의 집을 직접 파는 비율은 약 8%로 상당히 낮아진 것이 특이한 점으로 보고됐다.
매물 검색시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밀레니엄 세대와 X 세대의 답변이 매우 높았지만 실제 주택 매매가 이뤄지면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는 다는 답변 비율도 매우 높았다.
지난해 부동산 에이전트를 거쳐 주택을 구입한 비율은 밀레니엄 세대가 약 92%, X 세대는 약 88%로 조사됐다. 집을 팔 때도 에이전트에게 도움을 요청한 비율이 많다. 밀레니엄 세대의 약 90%, X 세대의 약 89%가 에이전트를 통해 집을 팔았다고 답했다.
■ 큰집 필요한 젊은 기혼자 세대 증가
밀레니엄 세대 바이어중 기혼자는 약 3분의 2로 전년도 조사때와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자녀를 둔 기혼자 밀레니엄 세대의 비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자녀 1명 이상을 두고 있다고 답변한 밀레니엄 세대의 비율은 약 49%로 거의 절반에 달했는데 지난 2년간 해마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녀수가 증가하면서 큰 집에 대한 수요도 함께 높아지는데 도심의 살인적인 집값 시세를 피해 교외 지역으로 이주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약 15%의 밀레니엄 세대만 도심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비율은 2년 전 약 21%, 1년 전 약 17%에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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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