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호세 시리(왼쪽)가 열연한 라 스칼라 극장의 ‘나비부인’.
“정치의 황무지에서 나비가 날다.”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가 중 하나인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이 1세기 만에 원본 그대로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됐다. 지난 7일 밀라노 라 스칼라의 2016∼2017년 개막 시즌을 장식한 ‘나비부인’은 미국인 해군 장교와 결혼했다가 버림받고 자결하는 일본 게이샤의 이야기를 일본을 배경으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특히 푸치니가 1904년 2월17일 라 스칼라에서 첫선을 보인 오리지널 버전을 112년 만에 그대로 재연해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나비부인’은 ‘라보엠’,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초연 당시에는 관객들의 심한 야유와 조롱을 받으며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알렉산데르 페레이라 라 스칼라 극장 예술감독은 “초연은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며 “당시만 하더라도 여주인공이 관객 앞에서 할복 자살하는 오페라는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지어 지금 그 장면을 봐도 충격적인데, 1904년의 관객에게는 말할 것도 없었을 터”라고 덧붙였다.
혹평에 충격을 받은 푸치니는 2막으로 구성된 원작을 3막으로 늘리고, 거친 언어와 충격적인 장면을 순화하는 등 개작에 착수했다. 3개월 뒤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에서 다시 무대에 올렸을 때에는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이 작품은 명성을 더해가며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112년 만에 다시 초연본 그대로 무대에 오른 ‘나비부인’을 지휘한 리카르도 샤이는 “‘나비부인’을 푸치니의 의도 그대로 공연하는 것은 그에 대한 일종의 의무”라며 “초연본은 더 격렬하고, 더 극적이며, 연극적으로도 더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1세기가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원작 그대로 라 스칼라 무대에 다시 오른 ‘나비부인’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13분 동안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