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TV 광고 중에 대화하기

2016-11-17 (목) 09:51:59 Hal Sirowit,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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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점점 더 길어지는 거 같구나,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쇼는 점점 짧아지고 말야
네 번째 계속 광고만 하잖아.

참을성에 한도가 있다는 걸
저것들은 모르나, 그리고
저렇게 계속 우릴 이용하면
전원을 빼버릴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네가 보고 있지 않으면 지금 당장
전원을 빼고 싶구나. 그런데도
내가 TV를 보는 이유는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야.

TV라도 봐야 함께 앉아있을 핑계가 있잖아.


아니면 방에 따로 따로 들어가 있겠지.

이렇게 대화를 하게 해주는
광고를 공격해서 미안하네
그런데 말이지
그 외엔 할 말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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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광고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듯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아들이 무어라 대꾸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시인은 알려주지 않는다. 독백 같은 아버지의 말만 전할 뿐이다. 같이 살면서 별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아버지와 아들뿐이 아니다. 요즘은 가족끼리 모여 TV를 보는 일조차 드물다. 각자의 방에서 혹은 셀폰으로 제각기 좋아하는 프로를 보니까 말이다. 게다가 전화대신 문자들만 하니 서로 목소리 들을 일도 별로 없다. 이런 현상에 어느새 익숙해져 가는 우리들의 미래가 은근 걱정스럽다.

<Hal Sirowit,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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