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트럼프 트위터(@realDonaldTrump)로 했다.
힐러리 클린턴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는 구설의 시발점이었다.
트럼프 캠프의 호프 힉스 대변인 등 언론담당자들이 그의 계정을 공동 관리하면서 발언을 첨삭하고 있다는 것이 뉴스가 될 정도였다.
여성 비하, 막말 등이 트위터를 통해 여과 없이 나가면서 트럼프의 이미지를 깎아 먹자 캠프가 '트위터 통제'라는 처방전을 내놓았던 것이다.
반(反) 트럼프의 선봉에 섰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을 관리하지 못하는 자는 핵무기 발사 코드를 관리할 수도 없다"고 말한 것은 그의 트위터 정치에 대한 역공이었다.
트럼프의 차남 에릭이 8일(현지시간) 자신의 투표용지를 온라인에 공개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것도 아버지에게 한 표를 행사한 투표용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기 때문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선거 승리가 확실시되자 "트위터의 미디어 영향력과 정보 전달력을 새삼 느끼게 해준 선거일이었다"고 표현했다.
4년 전 대선에서 선거 당일 게재된 선거 관련 트위터 포스트는 3천100만 개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일에는 8일 오후 10시 현재 4천만 개를 넘어섰다.
기술 전략 웹사이트인 스트레태체리의 공동창업자인 벤 톰슨은 "트위터에 대한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트위터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그 신속성과 즉각성은 다른 소셜 네트워크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트위터는 이용자들에게 투표장에 가야 할 이유와 트위터에 접속해야 할 이유를 훨씬 더 많이 제공했다"면서 "버즈피드와 같은 파트너들과 함께 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을 활용해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의 투표 장면을 곁눈질하는 모습과 같은 가장 인기 있는 장면들을 이용자들이 공유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의 '빛나는 성과'가 트위터의 장래까지 밝게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미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클린턴 재수사 방침 발표와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이 FBI의 클린턴 재수사를 그냥 묻어버리고 있다. 아주 부정직한 미디어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는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반 트럼프 정서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트럼프는 믿고 있다는 얘기다.
트위터는 지난달 매각이 무산되면서 인력의 9%를 삭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비디오 스트리밍 앱인 바인을 폐쇄했다. 이용자 수 정체와 광고수익 부진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해 있는 트위터가 이번 선거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트위터는 지난 한 주 동안 주요 스윙스테이트(경합 주)에서 트럼프와 클린턴 진영의 정치후원단체들 광고가 트위터에 집중됐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이 수익이 4분기 실적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발행하는 팩트 탱크는 미국 성인의 거의 4분의 1이 이번 선거와 관련한 정보와 뉴스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선거의 15%에 비해 많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20%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글과 동영상을 통해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증거로는 불충분하다고 미국의 CNBC 방송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