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대선 6일 앞두고 ‘예측 불허’대접전

2016-11-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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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서 트럼프 역전… 선거인단은 클린턴 우세

▶ FBI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막판 최대 변수

미국 대선 6일 앞두고 ‘예측 불허’대접전
불과 6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 판세가 최종 막판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예측 불허의 접전으로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공개 이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싶던 판세는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라는 폭탄선언이 터지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격랑으로 빠져들어 오는 8일 투표함이 개봉되기 전에는 쉽사리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선거인단은 클린턴 우세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FBI의 재수사 발표로 대선판이 요동치는 가운데 트럼프 후보가 클린턴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심지어 전세를 역전시킨 일부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승패의 열쇠를 쥔 선거인단은 여전히 클린턴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막판 대혼전 양상에도 결국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 대선은 일반 유권자들이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먼저 뽑고 이들 선거인단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간접선거 제도를 취하고 있는데, 선거인단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신의성실 원칙준수’에 관한 서약을 하기 때문에 이들을 선출함과 동시에 승부가 결정난다.

선거인단은 총 538명으로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쪽이 승리한다.

ABC 방송은 1일 트럼프가 클린턴을 46% 대 45%로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전한 워싱턴포스트와의 공동추적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선거인단 예측 상으로는 클린턴이 승리한다는 별도의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ABC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날 현재 클린턴은 279명, 트럼프는 180명을 각각 확보했다. 나머지 79명은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유타 등 아직 승패를 단언할 수 없는 경합주 5곳의 선거인단이다.

ABC 방송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존 칼은 “트럼프는 이들 경합주를 모두 이겨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설령 경합주를 다 이긴다 해도 259명에 그쳐 270명에는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이례적 대선에 예측 불안
‘대선 족집게’로 불리는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1일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낙승할 것이라는 조건부 예측을 내놓았다.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훌쩍 넘기는 332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확보하는 선거인단은 206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이 조사를 한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인 댄 화이트는 “이번 대선의 이례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유권자들이 과거 사이클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정치적 변수에 대응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이번 예측 결과는, 특히 주별 예측 결과는 다소 (틀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역대 가장 특이한 선거라 한 마디로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기관은 1980년 주로 경제변수에 기반을 둔 이 예측모델을 만든 이래 모든 대선의 승자를 맞춰 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클린턴의 승리를 점치는 2가지 큰 요인으로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와 낮은 기름값을 꼽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8년 전 백악관을 떠난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지율이 50% 중반대로 높다.

이 기관은 네바다와 콜로라도,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등 초경합주에서 클린턴이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측 공세 가열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 측은 선거 막판까지 한반도 이슈를 고리로 상대를 공격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동맹 홀대와 ‘한·일 핵무장 용인’ 시사 발언을, 트럼프는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공식 서명된 한미 FTA를 각각 부각시키며 비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클린턴은 지난달 31일 오하이오주 켄트 유세에서 트럼프의 과거 한·일 핵무장 용인 시사 발언을 겨냥, “나는 지금 우리가 왜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면서 “특히 그는 다른 나라들, 구체적으로 일본, 한국,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도 핵무기를 갖길 원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특히 “이번 선거에서 진정한 선택을 하는데 있어 헷갈리지 말자”면서 “트럼프가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악용하고 착취했던 소기업이나 하청업자들처럼 그렇게 동맹을 취급하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와 세상을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이는 또한 우리 동맹체재를 항상 부러워하며 그 동맹이 약해지고 깨지기만을 바라는 러시아와 중국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는 한미 FTA를 지렛대 삼아 클린턴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같은 날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유세에서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있는 동안 우리의 대중 무역적자는 40% 증가했고, 그녀가 강하게 밀어붙인 한국과의 무역협정 때문에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기는커녕 오히려 10만개의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미시간 지역의 공장은 녹슬고 빌딩은 텅 비었으며 실업률은 증가했다. 클린턴이 당신들에게 이 모든 것을 유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한미 FTA 비판은 미시간처럼 보호무역 성향이 강한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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