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 한 대

2016-10-27 (목) 08:10:21 변만식 윤동주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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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한 대- A stick of taper candle--
내 방에 풍긴 향내를 맡는다. I smell an aroma wafting in my room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Before the collapse of the altar light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I’ve seen a pure offering.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Torso that resembles the goat’s rib
그리고도 그의 생명인 심지(心志)까지 Melting the jade like tears and blood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Down to the wick
불살라 버린다. Burns out its own life.

그리고도 책머리에 아롱거리며 Still it, hazily at the front of the book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춘다. Flares alike dancing with an angel.


매를 본 꿩이 도망 가듯이 Darkness escaped thru the hole in the window
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간 as if the pheasant being chased by a falcon
나의 방에 풍긴 Sniffed I the scent it has left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Tasting the holiest offering of all.

1934. 12. 24. 운동주(1917-1945) 영문번역 변만식


윤동주가 이 시를 쓴 것은 그의 나이 17세 때였다. 아직도 만주 용정에 있는 은진 중학교에 재학중이었지만 그는 일제의 조선말 말살정책을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 면서 한편으로는 한문 문화권의 큰바다를 여유있게 헤엄처 나가 그것을 밑거름으로 한 우리 한글로 주옥같은 시를 써나가던 크리스쳔 시인이었다. 마치 시를 위해 태어난것 처럼 그의 가슴은 언제나 시심에 갓득 차 있었다. 그의 시 “쉽게 씌여진 시” 에서는‘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이다’라고 겸손해 하고있다. 28년이란 짧은 생애에 총 156편의 시를 남겨 놓았다.

<변만식 윤동주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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