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남조 구순 기념 자료전
▶ “영인문학관에 서다니 영광”
김남조 시인의 인터뷰 스크랩북 표지.
“태어나서 좋았다고, 살게 돼서 좋았다고, 오래 살아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김남조(89) 시인은 서울 영인문학관에서 열린 ‘시와 더불어 70년 - 김남조 자료전’ 개막식에서 한 편의 시 구절 같은 말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문학에 발을 들인 계기로 “어린 시절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1,500명 중 하나뿐인 한국 아이라고 일본 아이들이 구경하러 와서 둘러싸는 바람에 내 몸이 찌부러질 정도였다. 가슴 속에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커다란 불덩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제일 위대해 보이는 사람은 신문에 날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무모한 아이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런 어린 시절에서 뭘 배웠느냐 하면, 해방되면서 우리 민족이 어렵지만, 축복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애써 살아오면서 삶에 경건하고 겸손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문학의 핵심은 슬픔이라고 했지만, 슬픔 안에는 미래에 대한 염원과 미래에 대한 하나의 힘과 기도와 간절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 “좋은 시대, 좋은 나라에 태어났고 좋은 분들과 함께 제가 살고 있다. 얼마나 영광이고 얼마나 과분한지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감사하다”고 머리 숙여 인사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도 “저를 위한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어령과 강인숙 두 탁월한 인재가 10년 역사를 쌓아온 영인문학관 행사에 내가 한 장의 종이로 삽입됐다고 생각하고자 한다. 38개국어로 번역된 시(‘깃발’)도 이어령 씨가 올림픽을 주도했을 때 선수들 수첩에 시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쓰라고 해서 썼다”며 애써 자신을 낮췄다.
이어 “그동안 출판기념회를 팔순 때 딱 한 번 하고 언제나 뒤로 피했고, 90이 됐으니까 뭘 하자는 후배와 제자들에게도 내년에 하자고 했는데, 오늘 이 자리가 너무 송구하고 과분하고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거듭 겸양의 자세를 취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낸 뒤 60여 년간 ‘사랑초서’, ‘귀중한 오늘’ 등 17권의 시집을 내며 참사랑을 노래해 온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구순을 맞았지만, 여전히 시를 놓지 않고 있다. 3년 전 열일곱 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를 낸 데 이어 이듬해에도 월간 문예지에 신작 시 4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