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예공모전 시 부문 입상작-가작]나팔꽃에 대한 보고서
2016-08-19 (금) 03:47:29
조양비
춤추며 올라간다.
솟구치는 꽃기운을 사뿐히
우우우 햇살의 음악을 즐기는
튼튼한 배롱나무 휘돌아 크게 활짝
나는 아침마다 심장 박동을 공유한다
아침을 잦추는 나팔꽃들
등받이 없는 하늘께로 펄쩍펄쩍 뛰어 오른다
뻗어나가려는 고집스런 발짓은
기필코 담벼락을 싸안고 번들거렸다
점프에 고수다
층층이 나팔꽃들을 밝혀들고 떼 지어 올라갔으므로
볕바른 마당은 텅 빈 동네다
저녁이오면 하나같이 지쳐있다
템포가 빠르다
흔들며 아무렇게 벋친 줄기
발 저린 꿈으로 돌돌 말았다가 아코디언처럼 펼치며
내일 자랑처럼 몰려오려는 것이다
층층 피어나는 다짐을 기록하다가
긴 끈을 잇대어주는 요량으로 발꿈치를 들어 내 창에 엮는다
아침마다 첫 결심솟구쳐라 오래 흔들어라
<입상소감>
한낮이어서 나팔꽃처럼 잠시 움츠렸습니다. 얼른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어가겠습니다. 이국에서 무겁게 흔들리며 올라갈 데를 찾고 있는 덩굴을 미주한국일보에 잇대어 주시니 예쁘게 벋쳐나가겠습니다. 아침 햇살 드는 창가에서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지금 보다 더 활짝 솟구치겠습니다. 저의 나팔꽃에 향기를 불어주신 심사위원 두 분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
조양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