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추어가 보는 미국역사 (117 ) “미국의 대통령을 기르십시다”

2016-08-12 (금)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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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 할아버지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못한 것이지!” 라고 연극대사 처럼 암송해둔다. 정확히 맞는 말은 아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그럴 듯한 임기응변식 대꾸이다.

미국사상 초유의 흑인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도 선출될 가능성이 있는 요즈음 손자녀들을 불러다 놓고 “너희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항상 맡은 일을 잘 하다가 꼭 미국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라고 그럴듯한 훈계를 끝내자마자 그중 어느 녀석이 “그럼 할아버지는 왜 미국 대통령도 못되었어?” 라고 “건방지고도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을 할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그럴싸한(?) 대답이다.

“Boys, be ambitious!” 중학교에 들어가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때 영어공부를 겸해서 외웠던 구절이다. 요즘은 “Boys,” 대신에 “Children,” 이라고 하는 지는 모르 겠지만. 여하튼 어린사람들이 좌우명으로 삼으면 참 좋을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Aim high!” 와 “Think Big!” 라는 구절들도 있다. 역시 구수하게 좋은 명언들이라고 생각된다.


기왕에 공직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은 ‘대통령’ 정도에 목표를 두어야지 혹시 일이 잘못 되더라도 ‘면장’ 정도는 되지 애초에 면장을 목표로 출발하면 실수로라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지는 까닭이다. Lyndon B. Johnson 처럼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가 실패해서 부통령후보가 되는수는 더러 있다.

독자들께서도 앞으로 남의 떡잎같은 귀한 아이를 처음 안아보고 부모에게 돌려줄 때에는 “미국의 대통령을 안아보아서 영광입니다!”라고 얘기하면 꼭 틀린 말도 아니고 모두를 잠시라도 행복해지게 할 수 있는 덕담이 되리라 생각한다. 왜 덕담 뿐이겠는가? 아니다. 이제는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1963년에 유학생으로 미국에 처음 왔을 때에 흑인들과 많은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흑인들은 일반적으로 “제자리를 아는 고분고분한” 사람들이라는 오해를 했었다. 2년 후에 뉴욕시로 옮겨온 후 필자가 실상을 잘 몰랐음을 깨닫게는 되었으나 그들의 미래는 계속 암담하리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무렵부터 점차 격심해지기 시작했던 흑인들의 결사적인 민권운동끝에 제반 민권법들이 입법되고 흑인들의 주류사회로의 진출은 모든 미국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급류를 탔었다.

사실상 흑인들 보다도 더 밑에 있었던 우리동포들의 사회적 위치도 흑인 인권향상과 함께 끌려 올라가 덩달아 높여졌다는 점을 우리동포들 같은 늦은 이민자들은 알아야 된다. 그런 이유로 미국의 유태인들이 해왔듯이 우리들도 모든 ‘민권, 인권운동’ 에는 “우리들의 일이거니” 라고 생각 하면서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속에서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한 유학생의 아들로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백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그는 엄청난 역경을 극복하고 2008년에 48세의 젊은 나이로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때에도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 가 “미국에서 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흑색선전을 했었다. 오바마는 두 번의 대통령 임기를 마쳐가고 있으며 이제는 미국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출마하고 있다. 지금부터 10년 전에만 해도 두 가지 다 상상해 볼 수도 없었던 일들이다. 미국의 이와같은 변혁이 미국시민인 우리 동포들에게 시사하는 것들이 있을까?

“(Korean) Boys, be ambitious” 일 것이다. 아니 “Girls be ambitious too!” 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의 미국 정계진출이 캘리포니아에서 연방하원의원 두 번의 임기를 지낸 김창준의원에서 그쳐야 한단 말인가? 우선 세계 제2차 전쟁이 끝난 1945년 이후에 미국대통령을 지낸 열두 분의 가족사를 잠깐 들추어 보았다.

10대조: Carter (39대)
9대조: George W. Bush (43대)
8대조: George H. W. Bush (41대)
6대조 이상: Ford (38대)
5대조 이상: Nixon (37대), Clinton (42대)
5대조: Eisenhower (34대),
고조이상: Johnson (36 대)
증조이상: Truman (33 대)
증조: Kennedy (35 대), Reagan (40 대)
부: Obama (44대)


위와 같은 통계를 보고 매우 놀랍고도 기쁜 발견을 하게 되었다. 12명 중의 딱 절반인 6명의 대통령들 (Eisenhower 부터 Obama 까지)이 불과 5대나 그이하의 할아버지들이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의 손자들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우리 동포들 중에서도 미국대통령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 결론을 지을 수 있다. 아직도 한국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인 1세들 얘기가 아니라 그들의 자녀와 손자녀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식을 길러본 사람들은 진흙으로 고려자기를 빚어내는것이 훨씬 더 성공율이 높은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진흙을 평생 만지다보면 더러 진품이 나올 수도 있고 혹시 당대에 안되더라도 대를 물려서 노력하면 거의 틀림없이 진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과 손자녀들도 진흙 같을 수 있을까? 노력을 해보고나 할 수 있는 말이다.
Joseph Kennedy 는 한때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볼까 하는 꿈을 가졌다가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고 네 아들중 한 명은 대통령을 만들고자 하는 집념이 일찍부터 있었다고 한다. 큰아들 Joseph 이 2차대전 중 해군조종사로 전사하자 둘째 아들 John 을 대통령으로 키우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2차대전 참전 중 원래 나빴던 척추에 부상을 당하고 해군대위로 제대한 John 은 부친의 지도와 후원으로 잠시 동안의 신문기자 생활끝에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거쳐서 얼마 후에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의 자녀, 손자녀들은 “미국에서 출생하여 미국 대통령이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녀석들은 우리들처럼 대통령이 되지못한 궁색한 이유를 댈 수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꼭 성공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제1세 우리 동포들 중에는 미국의 어떤 이민 보다도 더 고생했던 분들이 많지만, 미국 역사상의 다른 민족들에 비해서 우리는 높은 교육을 본국에서 받고 온 사람들이고 미국 도착당시 다소라도 경제적인 여유를 더 가지고 온 사람들이다. 우리 민족이 머리는 또 좀 좋은가! 우리가 작심만 하면 미국에서 우리를 이겨낼 민족들은 없다.

약 25년 전에 플러싱 구역에 줄리아 해리슨이라는 건방진 유태계 여자 주하원의원이 있었다. 플러싱에 동양계의 인구가 점차 늘어가는 것을 본 그녀는 어느 날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Asians should go back home” 라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였다. 기자가 선거구민들에게 그런 모욕적인 발언을 해도 되는가 라고 묻자 그녀는 “I don’t care because they do not vote!”라고 말했었다. 다시는 이런 모욕을 받지 않도록 하자.

우리의 자녀들을 능력이 있는대로 교육을 시키자. 그들이 소위 주류사회에 여유를 가지고 참여할 자질을 길려주자. 우리의 정치력을 기르자. 시민권을 얻는날로 유권자 등록을 하자. 투표에 모두 참여하자. 교육위원부터 뽑아내자. 타민족들이 우리에게 선거운동을 하러오게 만들자. 우리의 주지사, 상원의원을 뽑고 대통령도 뽑아보자.
혹시라도 필자를 보고 “당신 꿈이 너무 급하고 엉뚱하오!” 라고잠꼬대 하는 독자들이 없으시기 바란다.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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