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인의 아내

2016-08-09 (화) 08:23:49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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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토 시편

20년 만에 만나는 친구가 왔는데 당신도 가서
인사를 해야 한다고,
그래서 따라 나온 친구의 아내
고관절염으로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아내는
다소곳이 남편의 뜻을 따르고 있었다.
우리들의 만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밤이 늦었는데 토론토 타워에 올라가야 한다고
다운타운으로 달리고 있었다.
밤은 늦었는데 타워에 오르기 위해 인파로
기다리는 시간이 두 시간
야경보다 오래 서 있기 어려운 내 아내에게 측은한 마음,
그러나 친구의 아내는 더 고통스러운 시간.
타워의 꼭대기에 오늘 우리들은
오 분 쯤 야경을 즐기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는데 기다린 한 시간

시를 쓰는 남편을 둔 여자들은 고통스러웠다.
예의를 차림은 고통,
그러나 고통이 없는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

고희를 넘긴 나이에 호강은 커녕 고통의 축제는
커가고 있다.


워싱턴에서 토론토까지 먼 거리
아내의 좌골 신경통은 이미 연옥에 이르러 있었다.
불쌍한 아내들이여,
시인의 아내는 그래서 천국을 소망하고 있나니

내 아내는 친구의 아내를 동정하고 있었으니

20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만남이
여자들의 고통을 떠안고 갈수 있을까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오르지 못했다면
파리 여행이 아닌 것처럼,
자네가 토론토 타워에 오르지 못했다면
토론토 여행이 아니어서….’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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