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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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가 보는 미국역사(116) “불법이민자들 때문에 …”

2016-08-05 (금)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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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불법이주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에게 강점되어 온 나라이다. 모든 미국민들은 땅을 원상으로 복귀시켜 놓은 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은 “미국”이라고 불리는 이 땅의원주민들이 주장할 수 있는 당연한 얘기이다. 그러나 만일 어떤미국의 원주민이 지금 이런 주장을 너무 시끄럽게 한다면 아마 그는 붙잡혀서 정신분열자 수용소나 아니면 원주민부락으로 보내지기 쉬울 것이다.

적법이었던 불법이었던 간에 이주자들로써 시작되고 번창되어 온 나라임에도 불구 하고 조금 먼저 온 사람들의 텃세가 조금 늦게 온 사람들에게 아주 심한 곳이 미국이다. 텃세정도가 아니고 때로는 그동안 자신들이 잘못해서 생겨난 여러 가지 사회, 정치적 문제들이 뒤늦게 새로온 불법이민자들 (서류미비자, 불법체류자, 밀입국자)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억지를 쓰기도 한다.

최근에 공화당 대통령후보라는 새 별명이 붙은 희극배우 도널드 트럼프는 천백 만 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들이 대부분 범법자들이고 그들의 추방이 가장 중요한 선거이슈라고 호통을 쳐서 미국의 잘못되어온 일들에 대한 책임전가를 원하는 많은 미국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자신들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속죄양으로 가끔불법체류자는 아주 만만하고도 편리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같은 새 이민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는 “불법이민자 호통치기”가 이번에 처음있는 일이 아니고 미국의 건국초기 부터 있어 온 아주 고약한 습관과 전통이라 는 점이다. 사람의 몸에 잠재해 있던 병균이 몸이 허약해질때 머리를 쳐드는 것처럼 “불법이민호통치기”는 미국에 항상 잠재해 있는고약한 병균으로 무슨 이유에서던지 간에 사회가 불안해지면 활성화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미국은 이민과 난민으로 구성된 나라답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고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들이 몰려 살고 있으며 그래도 지금은 잔인했던 과거의 미국의 인종차별의 역사와 비교해 보거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 보다는 차라리 인종차별이 없는 편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다.

사실 어느 나라 국민이던 간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국인에 대해서 거의 본능적인 배타심이, 때로는 혐오감까지, 있는 것은 공통적인 것 같다. 단일민족으로 순수혈통임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해 오던 우리들도 본국에서 살 때에는 어지간히 배타적인 사람들이었다.

외국인들에게는 항상 “놈”자를 붙혀서 “미국x” “왜x” “중국x”식으로 불러온 것만 으로는 모자라 “양코배기” “쪽발이” “짱꼴라” “뙈놈” 이라는 호칭도 주저하지 않았으며 미국에 와서 까지도 “흰둥이” “깜둥이” “튀기” “잡종” 등의 향기롭지 못한 말들을 거침없이 써왔다. 또 이들 외국인들이 혹시 우리나라에 이주라도 해서 살면 얼마나 괄시해 왔었던가?

현재 한국에 2백만 명이 넘는다는 외국인들이 여러 가지로 천대받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가끔 보도된다. 미국의 외국인차별대우에 못지 않은 듯도 싶다. 그러나 미국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볼때에 이민자 덕택에 번창해왔고 그들에게 신세를 많이 진 나라이기도 하다. 석사학위 이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우대적으로 내어 주는 것을 보고 불평하는 저학력 미국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학생당 교육비가 세계에서 거의 최고인 이 미국에서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본국에서 그 나라의 비용으로 학사교육까지 잘 받은 인재들이 자기돈을 들이거나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한 2년 정도만 공부를 더 해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에 “미국을 위해서” 살고 일해준다면 그런 횡재가 또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 동포들은 과학, 의료, 금융 등 소위 미국의 Main Stream 에서도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한인동포들은 에드 카치( Ed Koch) 뉴욕시장을 감탄시켰을 정도로 청과물 유통과정을 혁신시켜 놓았다. 실은 미국이 새 이민자들을 쌍수 들어서 장려할 일이다. 미국의 “불법이민자 호통치기” 역사를 간단히 둘러 보기로 하자.


현재처럼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미국의 정치, 법률, 제도 하에서는 상상도 해볼 수 없는 정치, 언론탄압과 악법들이 미국건국 초기인 1798년에 입법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독자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영국과의 오랜 전쟁끝에 어렵게 독림을 쟁취한 미국은 건국초기에 정국이 안정되지 못했고 더군다나 프랑스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일전불사의 각오까지 해야 했으며 프랑스식 무자비한 국민혁명이 미국에 까지 도입될까봐 걱정해야 했던 미국은 한국식 “국가보안법” 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시절에 입법되었던 “The Patriot Act” 를 적당히 섞어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악법”들인 Alien and Sedition Acts 라고 불리던 네 가지 법들을 제2대 존 애덤스 대통령때 제정하였다.

입법 당시부터 심각한 정치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이 법들은 미국역사에 얼른 지워지지 않는 오점들을 남겨놓고 토마스 제퍼슨이 1800년에 대통령이 되면서 폐기되었으나 그 중에 하나인 Alien Enemies Act 는 1918년에 약간의 개정을 한 채로 제1차, 제2차 세계전쟁 때에도악용된 후에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취임 다음 날에 대통령령으로 “천백 만의 불법이민자들” 을 추방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도 이 법에 근거를 두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대법원이 이법 이 아직도 위헌이 아닌가에 대한 판결은 재판을 해봐야 알게되겠지만 이런 이유때문에도 공화당은 금년의 대통령선거에 꼭 승리하여 앞으로 대법원을 우파 보수적인 대법관으로 채워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법들의 독소조항에는 원칙적으로 미국과 “전쟁 중인 적대국가 의 시민들에게 벌금과 실형을 언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국가원수 등 정치지도자들을 모독하거나 국가정책을 비난하는 사람도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법들은 모두가 1800년 이전에 입법되었고 미국 대법원의 법률위헌 재판권은 1803년에야 대법원의 판례 로 대법원이 자득한 권한이었음으로 집권정권이 아주 손쉽게 남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던 것들이었다. “전쟁중인,” “적성국가,” “모독,” “비난” 등의 규정도 넓게도 좁게도 해석할 수 있는 “편리한” 규정들이었다. “미국시민”도 “적성국가의 시민”으로 판정받으면 “미국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였다.

새 이민자들이 야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미국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시점을 영주권을 취득한 후 5년에서 14년 후로 바꾸었으며 신청일 5년 전에 신청서를 접수시켜야하는 등으로 규정을 바꾸었다고 한다. “만용스러운 언론인들이 줄달아서 큰액수의 벌금에다가 실형을 언도받았다. 현역 국회의원도 복역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옥중에서 재선되는 일도 있었다.후진국들중에서는 오늘날도 자행되고 있는 “전제”가 220여년 전에는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미국은 동양사람들을 특별히 싫어했었던 것 같다. 1860년대 미국의 대륙횡단철도 건설때에 아이리쉬 이민자들과 함께 노동을 하면서도 더 고되고 위험한 일은 도맡아서 했던 중국 사람들에게는 시민권을 끝까지 주지 않았으며 1882년에는 Chinese Exclusion Act of 1882 를 제정하여 중국인들은 영구히 시민권을 못받도록 하였다. 샌프란시스코가 중국출신 “불법 체류자들의 소굴”이 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1800년대 말과 1900년도 초에 일본사람들이 캘리포니아에 농업으로 정착하기 시작하자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출신국회의원들에게 일본인 이민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넣었고 국회의원들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일본인 이민금지를 강요하였다. 결국 미국은 1907년에 일본과 “Gentlemen’s Agreement” 라고 불리던 비밀협정을 맺어 일본 이민을 중단시켰다. 그때부터 “Gentlemen’s Agreement” 는 겉으로 떳떳이 내놓을 수 없는 “비밀협정”을 의미하는 용어가 되었다. 일본국민들은 이 협정에 반대하였으며 협정실시 일을 “국치일로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이 1941년 12월 진주만을 폭격함으로써 미.일 간의 전쟁이 시작되자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1942년에 네가지 악법 중 아직 살아있던 적성국가 시민들을 관리하기 위한 법인 Alien Enemies Act 를 근거로 대통령령을 발휘하여 캘리포니아 지역에 있던 “적성국가” 시민 (일본계) 11만 명에게 몇 주 안에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애리조나 수용소로 모이게 하였다. 이들 “적성국가시민”들 중에는 “미국시민” 62% 도 포함되었다고 하며 수용소에서 자원한 일본인 군부대들은 유럽전투에서 전공을 올렸다고 한다.

미국은 1988년에야 이들 피해 “일본인 (미국인)”들에게 사과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부의 적성국 독일인들과 이태리인들에게도 비슷한 수용이 2차대전이 끝난 후까지 오랜동안 계속되었다.

우리들 소수계 이민자들의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게 하는 것은 이번 대통령선거때의 “트럼프 돌풍” 같은 것이불어오는 것처럼 대부분 선의의 미국민들의 관망 속에서 언제고 간에 계곡으로 홍수가 몰려오듯이 “불법체류자 소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의 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축재”와 병행해서 우리의 “정치력”향상도 동시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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