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획] 만학의 꿈 키우는 한인들

2016-07-14 (목) 06:04:12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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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있어 두렵지 않아요”

▶ ’인생 이모작’에 도전장 던진 40-50대 늦깎이 한인대학생들

미국에서 평균 18살에 대학에 입학해 21-22살이며 졸업한다. 하지만 자신보다 보통 20살 이상, 많게는 3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어린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 강의실에서 ‘인생 이모작’에 도전하는 한인 늦깎이 대학생들이 있다. “다소 늦었지만 포기한건 아니다”라는 만학도들을 만났다.

■ “더 늦기 전 새 인생 꿈꾼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에릭 이씨는 마흔 셋이다. 시간이 허락되는 낮과 밤 시간대에는 우버 택시를 몰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직업은 풀타임 학생으로, UC버클리 경제학과 4학년생이다. 일반 직장에 다니면서 SF 시티칼리지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 나름 공부를 웬만큼 해서 서울 안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어요. 얼마 후 군대에 가고 미국에 이민 오게 되면서 공부를 미루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게 됐죠.”

20대 중반에 이민 와 1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자 이씨는 더 늦기 전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몸으로 하는 일이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심을 굳히고 2010년 SF 시티칼리지에 등록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직장에서 코피를 쏟을 만큼 공부에 매달렸다.

“처음엔 2년제만이라도 졸업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근데 성적이 3.8이상이 나오니까 카운슬러가 4년제 편입을 권하는 거예요. 그래서 떨어지더라도 ‘UC버클리에 써보자’라는 마음에 원서를 냈는데 ‘덜컥’ 합격했어요.”

칼리지와 비교해 공부하는 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이씨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자신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는 우버 택시 택했다.

“졸업까지 이제 한 학기 남았어요. 요즘 직장 잡기 어렵다고 하는데 전 두렵지 않아요. 두려움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뭐가 두렵겠어요.”

■ “풀타임 스시맨 접고, 목표 향해”

산마테오 거주 박인수씨는 마흔 여섯에 다니던 일식집을 그만두고 올 산마테오 칼리지에 입학했다. 지금은 시간이 나서 여름학기를 들으면서 주말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자동차 공학을 전공하는 그는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오리가 백조로 바뀌는 걸 바라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가 원했던 목표를 향해 더 늦기 전에 한발이라도 내딛고 싶어죠.” 그는 자동차 정비소를 차릴 계획이다.

일하느라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잠시 접었었다는 그는 “내 꿈을 뒤로 미뤄놨을 뿐, 포기한 적은 없었다”며 “이제 두 번째 학기를 듣고 있지만 마음은 벌써 자동차를 만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 “백의의 천사가 되고 싶어요”

디안자 칼리지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는 에이미 박씨는 올해로 쉰하고 하나이다.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지천명’의 나이이다. 그 나이에 30살 이상 차이가 나는 학생들과 수업을 듣는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아이들 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에 만 열중했다. “그러다 문득 난 누군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거 꿈꿔온 게 뭐였지 라는 생각이 들어 허탈했어요. 무력감도 들고.”

그래서 그는 늦은 나이에 어렸을 때 ‘나이팅게일’을 읽으면서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 찾아가기로 했다. “힘들지만 나인 든 인생에도 목표가 생겼다는 게 행복해요.나이 그거 숫자잖아요.”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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