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키우거나 텃밭을 가꾸는 건 나와 관계 없는 일들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한국에 있을 때는 부지런한 친정엄마가 엄마의 텃밭에 이것저것 심어두고 수확의 기쁨을 누릴 때에도 귀찮게 왜 저런 걸 하나 시간 낭비다 하고 아주 젊은 사람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 이사온 집에 마침 작은 마당이 있어 무료함을 이겨내고자 텃밭을 마련했다. 친정엄마가 놀러왔을 때 씨앗을 잔뜩 사다가 밭에 고랑을 내어 뿌려주고 갔다. 텃밭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나에게 친정엄마는 좋은 흙과 바람, 햇살과 물에 대해 단단히 일러놓고 갔다.
엄마는 채소모종을 구입하면 씨앗과는 달리 여러단계를 훅 넘어갈 수 있어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좋다는 설명과 함께 닭똥까지 사다가 코를 잡고 뿌려댔다.
친정엄마에게 귀찮다 귀찮다 했지만 상추가 마구 잎을 올려대고 방울 토마토가 초록으로 조그만한 알맹이를 뽐내어가는 것을 보니 내 맘의 귀찮음도 녹고 매일매일 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오이, 가지, 호박처럼 열매가 큰 채소는 아무리 조건이 좋은 환경이라도 재배가 쉽지 않지만 로메인, 상추 같은 쌈채소는 간단한 수고로움만으로도 수확의 기쁨을 크게 볼 수 있는 품목이다.
텃밭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필요한 그때그때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캘리포니아의 좋은 날씨와 햇살은 텃밭 의 즐거움을 배로 올려준다. 가장 간단하게는 대파를 슈퍼마켓에서 사다가 초록 부분을 잘라서 사용하고 나머지 뿌리를 작은 화분에 흙과 함께 심어두어도 다시 계속 자라서 먹고 또 먹을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대파 화분 만들기는 크게 어렵지 않고 워낙 잘자라서 대파 화분을 시작으로 텃밭 만들기에 발을 들여놓는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싹이 나고 안 나는 것에 지나치게 너무 많은 신경을 쓰거나 너무 많이 공부해서 처음부터 지쳐버린다면 텃밭만들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몸으로 직접 경험한 대로 내 방식대로 해보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놀면서 텃밭을 가꾼다면 캘리포니아에 사는 기쁨을 오롯이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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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