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방학을 맞아, 영어, 수학, 스포츠, 예능 및 여러가지 영역에 걸쳐 레슨 및 학습 활동을 부지런히 시키는 부모가 많을 줄로 안다. 자식교육을 향한 부모의 열정과 노력은 매우 가상하고 감사한 일이다. 다만, 그게 다여서도, 주가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오늘 칼럼에서는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학업성취 및 삶을 위해 키워야 할 아주 중요한 한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서 초등학교때부터 길러져야 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 한 가지는 바로 자기관리(self-discipline) 능력이다. 부모가 신경쓰고 공부시켜서 되는 나이는 초등학교까지다. 그 이상의 학년으로 올라가면 자기 스스로 알아서 공부나 연습을 할 수 있어야 뛰어난 혹은 원하는 만큼의 성취가 가능해진다.
어릴 때, 공부도 잘하고 똑소리 나던 아이가 고학년으로 갈 수록 점점 평범해지고, 학점이 형편없어지는 이유는 많은 경우 열정의 상실과 자기관리 능력의 부재가 원인이다. 이 두 가지 비극이 동시에 일어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학원과 레슨을 전전하는 것으로 아이의 시간을 가득 채우면 된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하고 싶은 것이나 열정이 무엇인지 모르고, 남이 관리해 주고 떠먹여 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많은 아동교육학자들 및 창의력 학자들 사이에, 그럴 바엔 차라리 아예 아무 것도 억지로 시키고 말고, 자유롭게 방치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물론 방치 또한 바람직한 부모 역할이 결코 아니다.
과연, 자녀가 자기 삶을 개척해가는데 필요한 기술을 잘 익혀갈 수 있도록 부모가 곁에서 해주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란 말인가? 부모의 부지런한 라이드, 스펙 관리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이고,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해 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필자의 3학년 자녀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 보겠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부모가 정해주는 루틴의 틀 안에서 생활한다. 방학 시작 전부터 아이와 함께 책을 골라서 독서계획표를 짰고, 사고력을 키우는 질문들을 던져주며 독서 작문활동을 꾸준히 시키고 있으며, 아이가 매일 부담없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기쓰기, 다음 학기 예습 및, 집안일을 하며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하는 일에 할애하는 시간도 있지만, 아이에게는 자유로운 시간이 훨씬 많다. 아이는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시간에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부모인 남편과 나는 그것이 아이의 진정한 열정이라고 믿는다. 아이의 열정은 놀이로 나타나기도 하고, 말 혹은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될 때도 있고, 신체적 표현이나 행동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필자의 큰 아이는 늘 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밤낮으로 스토리를 짜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지금까지 만든 책이 상자 가득 차고 넘친다. 부모는 이런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열정 대로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타이프라이터, 각종 종이와 필기도구 및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 재료들을 눈치 빠르게 공급해 준다.
한창 몸이 커지고 신체 능력이 발달하는 남자 아이에게 책만들기 욕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꾸 뭘 던진다. 뭘 던지는 경향은 유아시절에 거치고 지나가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아이의 던지기 욕구는 멈추지 않는다.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어떤 스포츠를 하면 자꾸 던지고 싶은 마음이 해소가 되겠니?”
“엄마, 난 움직이는 대상에게 뭘 던지거나 쏘아서 맞히고 싶어.”
아이는 자기 마음에 이 욕구가 너무 많다고 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피구를 하는 것이 그런 욕구를 풀어주고 정말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피구를 할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이럴 때 같은 성향을 가진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빠는 당장 지하실에 아빠랑 함께 피구를 할 수 있도록 셋업을 해주고 함께 놀아 주기 시작했다.
매일 아빠와 공놀이를 하며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다. 장난감 가게에 데리고 가서, 널프건- 스티로폼 조각을 쏘도록 만들어진 장난감총 - 사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매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널프건으로 각종 타겟을 맞추는 연습을 하느라 무척 바쁘다. 그리고 라켓으로 공을 쳐서 벽에 맞추는 활동을 제안하고 지하실 벽에 색테이프를 가로로 길게 붙여 셋업을 해 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이 근질근질 할 때마다 혼자 지하실에 내려가 라켓볼 연습도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관리(self-discipline)’의 초급단계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말하기는, 아이를 테니스를 시킬 지, 사격 선수를 시킬 지, 그런 것을 결정하고 스펙을 쌓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 아이 자신의 열정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타오르도록 지켜봐주고, 무엇을 하겠다고 결정하든지 지원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 역할이다.
방학이라 자녀와 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아이의 열정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이의 열정의 불씨를 찾아 활활 타오르게 해주려고, 조심조심 바람을 불어주고, 마른나뭇가지도 찾아 모아주며 곁에서 지원하는 방학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아이의 열정이 살고, 자기 관리 능력이 키워지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의 giante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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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메릴랜드주 ESOL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