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청소년 자녀 ‘대화단절’ 한인가정 많다

2016-07-12 (화) 이경하•박주연 기자
크게 작게

▶ 1세대들 한국식 사고 강요 등 10대에 지나친 성공 압박감 줘

▶ 자녀들 불신 팽배 우울증까지 ‘양육’ 아닌 ‘함께 논의’ 자세를

고교 10학년인 양모군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부쩍 명문대 입학을 강요하며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하루 종일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 결국 자신을 이해 못하는 부모와의 대화가 단절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민 1세대 부모와 한인 1.5~2세 자녀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일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아예 대화를 단절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인 부모들은 자녀의 감정을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 강요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아 문제를 더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인 청소년 상담단체들에 따르면 부모와 갈등을 겪는 10대들이 꼽는 가장 정신적 부담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라고 설명했다. 자녀들은 부모들의 지나친 성공에 대한 기대와 명문대 입학만을 강요해 사춘기를 겪으며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1.5~2세 청소년과 부모들이 겪는 가장 흔한 갈등사례는 ▲부모와 자녀 간 관계단절 ▲의견충돌 ▲대화단절 ▲언어폭력 등이다.

더 큰 문제는 표면적 갈등 이면에 부모와 자녀 간의 불신이 팽배해져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부모와는 말이 통하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결심을 굳히게 되면 약물중독, 가출 등의 일탈행동까지 이어지며 상당수는 우울증을 겪어 성장기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들이 어려운 점을 이야기해도 한인 부모들은 이를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강요해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한인상담단체의 한 관계자는 “특히 10대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목표 지향적보다 감정 관계 지향적인 경우를 장려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부모가 정해진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는데 잔소리로 인해 아이들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일 뿐인 경우가 상당수다”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목표를 잡고 달성하기 위한 양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자녀들이 힘들다고 하면 무작정 꾀병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힘든 부분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이해하며 해결해 가려는 감정 코치를 해주는 관계가 좋다”고 조언했다.A4

<이경하•박주연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