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추어가 보는 미국역사(112) 미국의 산업화시대 (1865-1900) ⑮

2016-07-08 (금)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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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l Order Retail Business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초창기에는 미국사람들은 여러 가지 도구나 가구들까지도 손수 만들어서 썼고 집도 이웃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기가 지어서 살았다. 여자들은 직접 면화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짜서 손수 옷을 지어 입고 살았다. 1940~ 50년대 쯤 까지도 우리나라 농촌들에서는 여자들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고 손수 옷들을 지어 입던 것을 보신 독자들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초창기에는 철제 농기구나 소도구 등은 몇 동네에 하나씩은 있었던 대장장이가 만든 것을 사다가 썼다고 한다. 그 당시 Blacksmith 는 목사, 의사 등과 함께 아주 중요한 professional 이었다. 1850년대 쯤에 이르러서는 여러 가지 공산품들이 대도시에 있었던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농민들의 경제적 여유도 생기기 시작하였으나 간단한 부엌용구나 그릇을 사려고 해도 한 마을이나 두 마을에 하나씩 있었던만물상점인 General Store 에 갔야만 했었다.


그러나 이 General Store 는 이름만 만물상이었을 뿐 없는 것이 더 많았고 있는 물건들은 값이 비쌌다. 이상점들로 물건을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도로로 달구지에 실어서 가져 오는데 운반비가 많이 들었고 상점도 한번에 물건을 몇 개 씩만 소량으로 구매했던 탓에 도매 구입가격 자체가 비쌌던 까닭이었다. 추운겨울에는 따뜻하게 난방을 해놓았던 이General Store 들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환담을 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사교장 역할도 하였으며 손님과 주인은 서로 친면이 있는 사이로 상호 신뢰하는 상거래가 이뤄졌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인 1860년대 말에 A. (Aaron) Montgomery Ward 라는 사람이 있었 는데 그는 제통공장, 벽돌제조회사 등에서도 일해보았고 곡물류 salesman 등도 해본 사람 으로 어느 General Store 의 salesman 으로써 시카고 서부지역의 농촌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다녔는데 그는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그는 농부들을 만나고 다니던 중에 그들이 General Store 의 상품 종류가 몇 가지가 안 되고 물건값이 비싸다는 불평을 많이하는 것을 들었다.

기업인으로서의 머리가 빨리 돌아가던 Ward 는General Store 의 약점을 극복할수 있는 새로운 판매방법의 시기가 완숙해져가고 있음을 곧 감지하였다. 만일 General Store 보다 훨씬 많은 상품들을 더 싼 값에 보여주고 손님이 주문을 하면 집에 까지 물건을 배달해준다면 소규모의 General Store 는 감히 경쟁해 볼 수도 없는 새 판매망이 설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때 쯤에는 농촌에까지 우편배달이 되고 있던 때이었으므로 Mail Order Retail Business 를 창안한 것이었다.

그가 창안한 사업구상에 따르면 이 새 상점은 농촌까지 나가서 일일히 가게를 열지않고 대도시에 큰 창고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으로 점포를 장식할 필요도, 많은 floor salesmen 도 필요없는 것이었다. 상품을 상점 안에 전시해 두는 대신에 상품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가격을 적어 놓은 List 를 인쇄해서 손님들에게 우송하면 되는 것이었다. 주문과 배달을 우편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상점의 위치가 문제되지 않고 손님도 작은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으므로 수 천, 아니 수 백 만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대도시에 창고가 있음으로 생산공장으로 부터 재고물량을 운반해 오는 비용이 적게 들었고 대량구매를 할 수 있게 되어 재고상품의 구매를 싸게 할 수 있었다. General Store 보다 조금만 더 싸게 팔면 박리다매가 가능해져서 총 매상을 크게 올릴 수가 있었고 총 순수입이 더 많아질 수 있었다.

Ward 의 사업구상은 훌륭한 것이었으나 몇 가지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모험을 감당할 각오가 필요하였다. 동네의 General Store 는 서로 믿는 사이이기 때문에 손님은 주인을 믿고 물건을 샀으며 혹시라도 물건이 불량하면 주인은 군말없이 물건을 바꾸어 주거나 환불해 주었다.

그러나 Mail Order Business 는 전혀 안면도 없는 손님과 주인 간의 상거래로써 상호 간에 첫 신뢰를 주고받는 것이 첫 번째 통과해야 할 관문이었다. Ward 는 모험부담을 하기로 작정하고 사업을 시작하였다. 손님에게서 수표를 받으면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체없이 상품을 우송하였고 무슨 이유에서던지 손님이 불만을 표시하면 왕복 우편료를 부담해 가면서 상품을 교환해 주거나 환불해 주었다.

웬만한 것은 “손님이 옳으십니다” 라고 말하였다. 안면도 모르는 손님들에게 제일 먼저 신뢰를 무료로 팔았던 것이다. 한번 Ward 에게서 물건을 사본 사람은 두 번째에는 안심 하고 Ward 에게 다시 주문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1871년에 시카고에 대화재가 있었는데 Ward 는 많지않던 재산을 다 불태워 버렸었다. 드디어 1872년에 Ward 는 있는 돈을 다 긁어모아 1,600 달러를 투자하고 동업자의 800 달러를 합자하여 2,400 달러로 새 사업을 시작했다. 우선 마굿간 2층을 세 내어서 조그마하게 시작하였다.

첫 번째로 한 장짜리 Price List 에 상품을 소개하고 가격을 적어놓고 주문하는 방법을 설명한 후 손님들에게 보냈다. 2년 안에 Ward 는 그림으로 상품들을 보여주고 설명하는
72 쪽 짜리 카달로그를 출간할 정도로 성장하였으며, 12년 후인 1884년에는 240쪽 짜리에 1만 가지의 상품을 올려놓은 카달로그를 출간할 정도가 되었다. 창립한지 30년이 되던 해에는 1,000 쪽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품들을 다 올려놓은카달로그를 출간하는 대기업으로 성장되었다.

미국 같은 자유경쟁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재벌로 성공하자면 남이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희안한 창업을 하거나 아니면 남이 시작해놓은 유망한 업종에 너무 뒤지지않게 뛰어 들어가서 성공한 남의 경험을 거울삼아 흉내를 내는 것이다.

Montgomery Ward 보다 는 조금 뒤에 시작하였으나 Mail Order Business 를 시작하여 성공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으나 그중에서 Sears, Roebuck & Co. 에 대해서만 써보고자 한다.

Richard Warren Sears 는 원래 시카고의 한 기차정거장 직원으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시계가 많이 들어있는 화물이 전달이 제대로 되지않아 발송자에게 돌려주게 되어 있던 것을 알고 자신이 물건 값을 주고 시계들을 샀다. 그 시계들을 역의 직원들과 지인들 에게 팔았는데 상당한 이윤이 남았다고 한다. 그는 시계도 다시 주문하고 곧 보석류도 주문을 하여 개인적으로 우편으로 배달하는 방법으로 팔기 시작하였다. 보석류도 같은 방법으로 팔리기 시작하자 그는 Mail Order Business 가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Alvah Curtis Roebuck 이란 사람은 원래는 시계 제조공이었으나 작은 인쇄소를 경영 하던 사람이었다. 그들은 동업하기로 결정하고 Sears, Roebuck & Co. 를 1886년에 설립 하였다. 1887년에는 영업을 하면서 제반의 준비를 끝내고 1888년에 간단한 Price List 를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보내기 시작하였는데 , 그들은 12쪽 짜리 흑백광고 보다는 2쪽짜리 천연색 광고가 훨씬 더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상품의 품질과 함께 광고도 똑같이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최고의 인쇄기술을 총동원하였는데 그림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인쇄 후 곧 마르는 인쇄잉크를 개발하였다. 차츰 카달로그의 페이지 수가 늘어나게 되자 손님에게 카달로그를 보낼 때의 우편료를 줄이기 위해서 얇지 만 인쇄가 잘되는 종이도 개발하였다. 이때 개발된 인쇄기술이 그후 미국 신문, 잡지 등의 제작에도 쓰여졌다고 한다.

그들은 초창기에는 농촌 인구들을 주 고객으로 삼아서 소도구, 농기구, 농업용기계, 건축자재, 실용적인 옷 등을 팔기 시작하였는데 나중에는 조립식 주택과 자동차까지 상품이 다양해졌고 경쟁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변두리의 넓은 장소에만물상 식의 대형 상점들을 열었다. Mail Order 와 백화점을 병행해서 키워 나갔다.

소유주, 경영자들이 꾸준히 바뀌어 오면서도 Mail Order Business 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딴회사들을 구입, 합병해가면서 새업종도 꾸준히 개발하여 매상만으로는 미국굴지 의 회사가 되었고 얼마 전까지도 미국에서 제일 높았다는 110층짜리 Sears Tower 를 시카고에 지었다. 방계회사로는 Allstate Insurance Company가 있고, Discovery Card 등 금융회사들도 가지고 있었으며 각종 유명한 농기구, 소도구 등을 제조하는 회사들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K-Mart 와 합병하는등의 대재벌회사가 되었다.

지금은 각종의 사업에 손을 대고 북미주 전역에 대형스토어를 가진 회사가 되었지만 아직도 Specialized Catalogue 와 Christmas Wish List Catalogue 등은 인기가 있는 것들이다.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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