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작열하는 남가주의 비치에는 본래부터 열정과 젊음이 넘치지만 해변 무대라도 차려 질라치면 열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뜨거워진다.
허모사비치(Hermosa Beach)는 남가주 한복판에서 태평양을 마주보며 성숙한 여유를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허모사비치는 여행 전문 TV방송인 트래블 채널이 선정한 10대 비치중의 하나로 손꼽힌 도시다. 여기에 락밴드나 재즈 콘서트가 더해지면 매력은 한층 강해진다.
레돈도비치와 맨해턴비치 중간에 위치한 허모사비치는 인구가 2만명이 안 되는 조그만 바닷가 도시다. 1번 퍼시픽 하이웨이를 중심으로 동서로 14개 블락, 남북으로 40개 블락이 도시의 전부다. 허모사비치에는 커다란 다운타운도 없다.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업소는 피트니스 센터와 시청이다.
주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허모사비치의 특성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맨해턴비치와 레돈도비치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소유인데 비해 허모사비치는 도시 자체의 재산이며 관리와 운영도 허모사비치 시청이 담당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 소속돼 있지만 특유의 색채를 유지하고 매력을 유지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가 바로이와 같은 ‘작은 힘’에서 비롯된다.
때론 조용하고 목가적이면서, 어느 순간에는 열광의 비치로 변신하는 허모사비치의 장점도 독립적인 자체의 파워가 있기에 가능하다.
토랜스비치에서 샌타모니카비치에 이르는 20마일의 해변 산책로 역시 허모사비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행객을 발길을 잠시 묶어 버린다. 피어애비뉴(Pier Avenue)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허모사 피어는 해변 도시의 중심을 이룬다. 샤핑, 식사, 파티 등 모든 휴식이 이 일대에서 이뤄진다.
조그마한 도시이지만 그렇다고 방문객이 낯설어 할 분위기는 전혀 없는 곳이 바로 허모사비치다.
자연스럽게 누구나 젖어들어 바다와 해풍 그리고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더구나 1월부터 12월까지 갖가지 행사와 모임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이방인과 주민은 음악과 예술 속에서 하나가 된다.
특히 허모사비치는 라이브 공연이 이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와 레이버데이(Labor Day) 주말에 열리는 ‘피에스타 허모사’ (Fiesta Hermosa)는 35년째 이어오는 남가주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아트축제다. 이와 함께 ‘허모사 아이언맨’ (HermosaIronman)도 대표적인 행사다. 걷기도 힘든 모래사장을 1마일이나 뛰고 다시 서프보드를 타고 1마일을 노를 저은 뒤 맥주 6개 캔을 마서여 하는 경기다.
매년 8월에 열리는 허모사비치 필름 페스티벌(Hermosa Beach FilmFestival)은 지난 2005년에 시작된 단편영화 축제다. 해변에서 개최되는 영화 잔치를 상상해 보라. 태평양 밤하늘 아래서 재능과 끼가 넘치는 영화인들의 작품을 만끽할 수 있다.
오는 7월31일부터 8월21일까지는 허모사비치 선셋 콘서트(HermosaBeach Sunset Concert)가 열린다.
전국에서 몰려 든 밴드들의 공연을 4주 내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해변의 셰익스피어’(Shakespeare by the Sea)는 6월부터 8월까지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카운티 바닷가를 돌면서 무료 연극 공연을 펼치는 행사다.
허모사비치에서도 물론 별빛 속에서 바닷가 훈풍을 맞으며 심오한 인생의 감상에 젖어들 수 있다.
이 밖에도 ‘더 라이트하우스 카페’ (The Lighthouse Cafe)에서는 여름 밤마다 재즈의 향연이 벌이지고, 매달 세 번째 일요일 정오가 되면 허모사 피어 위에서 드럼을 포함한 타악기 공연(The HermosaBeach Community Drum Circle)이 펼쳐진다.
허모사비치에 위치한 코미디 클럽(The Comedy and Magic Club)에서는 코미디 스타 제이 르노가 1978년부터 줄곧 공연을 이어오고있다. 미국의 해변을 달구는 비치 발리볼도 허모사에서 정점을 친다.
AVP 허모사비치 오픈를 비롯해 각종 비치 발리볼 대회가 연중 내내 바로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허모사비치는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유치하고 있지만 자연보호와 쾌적한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환경 보호 주민 발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킨 뒤 허모사 밸리그린벨트 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이곳은 수많은 나비와 새들, 다양한 동물의 안식처가 되고있다.
덕분에 허모사비치는 그 어느 시골보다도 더욱 시골스러운 풍경을 간직하게 됐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보행자 천국으로 꼽히는 명예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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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