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토착주의·외국인협오증”…니에토 “히틀러·무솔리니도 비슷한 주장”

북미 3국 정상, 오타와서 공동기자회견[AP=연합뉴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국 정상들이 29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른바 '세 친구(Three Amigos) 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주장을 '선동정치가'의 '잘못된 처방'으로 몰아붙이면서 일제히 질타했다.
세 정상이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가 지난 28일 유세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한 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전면에 내건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생계를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은 세계화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무역협정에서 빠져나와 국내시장에만 집중하자는 처방은 잘못된 것이다.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니에코 대통령도 "고립주의는 (인류의) 진보로 가는 길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웃이고, 친구다. 이 우정은 강력한 협력과 팀워크에 기초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트뤼도 대통령 역시 "3국 간 무역협정은 3국과 세계 경제뿐 아니라 3국 국민에게도 좋다"며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혼자보다 낫다"고 역설했다.

지난 28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AP=연합뉴스]
특히 이들은 반세계화, 신고립주의 공약 발표에 앞서 불법이민자를 막기 위한 미-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무슬림 입국금지 등을 주장해온 트럼프를 대중들의 불만을 이용한 '선동정치가'로 깎아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에도 우리 역사에는 반(反) 이민 감정이 선동정치가들에게 이용된 때가 있었다"며 트럼프의 반 이민 발언은 19세기 미국에서 아일랜드, 이탈리아, 폴란드인 가톨릭교도들을 배척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계화가 엘리트 계층만 살찌웠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겨냥,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야말로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보인 적도, 사회정의 문제를 위해 싸운 적도 없는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트럼프의 주장은 진정한 의미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기보다는 외국인을 배척하는 "토착주의(nativism)나 외국인 혐오증, 혹은 그보다 더 나쁜 것, 아니면 냉소주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우리는 수십 년에 걸쳐 이룬 것들을 파괴하고 없애려는 대중영합적이고 선동적인 정치인과 정치적 행동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반 세계화 이데올로기'는 20세기의 독재자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자국민에게 설파했던 주장과 비슷하다면서 "그것은 파괴적인 결과를 낳았고, 인류의 비극이 됐다"고 주장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 3월에도 트럼프의 "공격적 어조"를 히틀러와 무솔리니에 비유하며 트럼프가 복잡한 문제에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