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파랗구나 하던 세상이 요즘 풍경화를 그리면서 녹색이 그렇게도 다양한 색깔로 변화를 주는 줄 처음 알았다. 노르스름한 초봄의 연한 색깔에서 시작한 나무잎들이 진한 초록을 띠우면서 익어가는 계절을 차분히 보여주고 있다. 초보자라 모든 게 서툴러, 수채화를 그리면서 잎들의 색깔과 형태며 그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보라색 꽃을 갓 피어낸 앙증스런 들꽃의 아기 손톱만한 잎사귀는 물론, 커다란 전나무의 늘어진 가지 끝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삐죽삐죽한 가는 잎들이 연한 녹색을 머금고 아주 예쁘게 자라고 있다.
조물주는 어김없이 계절에 맞는 식물을 키우시고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 먹이신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조금 가면, 드문드문 집들이 있고 초록이 올라오는 낮은 산빛 아래 약간은 경사진 넓은 잔디가 이어지고 그 옆에 조그만 연못이 있다. 이른 아침 산보를 하다가 경사져 있는 푸른 잔디에서 풀을 뜯고 있는 5마리의 사슴과 궁둥이를 씰룩대며 한 발씩 걷는 7 마리의 오리를 보았다. 온 천지가 녹색인 어슴프레한 빛 속에 그 광경은 꿈속을 헤매는 듯했다. 평화스러움의 극치였다. 사슴은 우리를 의식했던지 모두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응시하고 서있고, 그 바로 밑에선 한 줄로 서서 인솔자를 따르는 오리의 행렬이 세상에 자기들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천연스럽게 연못을 향하고 있었다. 막 여명을 박차고 하늘을 떠도는 하얀 구름과 그 위를 날며 자기 존재를 알리는 청량한 새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살아있음에 새삼 행복을 느꼈다.
인생은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만의 삶이다.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잎이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도 맺으며 녹색에 젖는 신록의 계절을, 평화로운 인연의 숲을 이루며 진정으로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길 소망한다.
신은 우리에게 영혼을 깨우는 평온을 주셨는데 우리는 매일 싸우고 이웃을 돌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게 총격, 살인이 끊이지 않고 ISIS 테러사건으로 인해 우리를 불안으로 몰고 있다. 종교와 인종,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 세상, 서로 잘났다고 아우성치며, 삶이 불공평하다고 투덜대며 욕심내고 질투하는 상황에서도, 한걸음 물러서서, 따뜻한 정이 듬뿍 담긴 말 한마디, 사랑을 머금은 미소가 세상을 밝게 하리라 생각한다.
인생은 누가 그리느냐에 따라 그 삶의 질과 미래가 결정된다. 넓은 백지를 주신 창조주는 우리의 생애가 걸작품으로 만들어지길 원하신다. 오늘 내게 주신 하루라는 수채화 종이에 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색칠해 가야할까. 초록이 짙어가는 밝고 화창한 계절처럼 주위를 밝히는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리고 싶다. 녹색이 상징하는 평화와 신선함으로 폭넓고 여유롭게 진정한 휴식과 여유를 갖고 푸른 숲, 맑은 물이 주는 심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생활이 됐으면 한다.
인생은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만의 삶이다.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잎이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도 맺으며 녹색에 젖는 신록의 계절을, 평화로운 인연의 숲을 이루며 진정으로 이웃과 함께 즐길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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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