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란 무엇일까? 인간미란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남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의 발로라고 정의하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서로 믿고 의지하며 인간미를 나누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개인의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나의 어린 시절보다 사람들 사이에 나누어지는 인간미도 더 확대되어 사회가 인간미로 가득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앞집 시계방 노총각 아저씨와 뒷집에 사는 어업을 하는 어부 아저씨네와 함께 살았는데,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우리 집에 모여서 저녁을 함께 해먹고 밤이 이슥해질 때까지 재미있는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인간미를 듬뿍 나누면서 살았다. 이렇게 쌓은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그분들이 늙어서 고인이 될 때까지 유지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 비하면 한국인의 가구소득은 몇 십 배나 더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앞집과 옆집이 담을 쌓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로 살고, 아파트 층간의 소음시비로 몸싸움도 마다않는 살벌한 사회로 치닫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인간미 없이 팍팍하게 우리의 삶을 졸라매고 있긴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내 주위에는 인간미 있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 분들 중의 한사람이 버지니아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최 씨 내외다. 70대 중반의 이 분과 알게 된 것은 20여 년 전 워싱턴DC에 있는 내 직장 근처에 있던 그의 이발관을 찾으면서부터였다. 최 씨 내외는 언제나 친절하였고, 인자하면서도 말을 구수하고 재미있게 하는 분이었다. 딱히 영업적인 목적이라는 냄새는 전혀 없고 격의 없이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기를 좋아하는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그런 분들이었다.
이발이 끝나면 아주머니는 우엉을 다려낸 우엉 엑기스에 커피를 타서 나에게 주었다. ‘우엉 커피’는 내게는 처음으로 시음해보는 커피였다. 은은한 우엉 맛과 향긋한 커피 맛이 어우러져 한껏 부드러운 향기를 풍기는 한약차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우리의 우정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한 달에 두 세 번씩은 이 분들을 만나러 간다.
다음은 인상파 대부인 화가 마네의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다. 1880년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화상인 친구 샤를 에프루시에게 아스파라가스 20여 개를 묶은 것을 그린 정물화 ‘아스파라거스 다발’을 팔았다. 에프루시는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약된 그림 값에 200프랑을 더 보태 1,000프랑을 지불했다. 마네는 즉시 캔버스에 ‘아스파라거스’ 한 개를 부담 없는 수필처럼 쓱쓱 그렸다. 그리고 편지를 넣어 그림을 보냈다. “글쎄, 자네에게 보낸 아스파라거스 다발에서 한 개가 탁자에 떨어져 있지 뭐야.”
지난 금요일 내가 출석중인 교회에서 매주 실시하고 있는 노숙자를 위한 ‘사랑의 나눔’ 봉사활동을 하던 중에 있었던 이야기다. 꽤 많은 노숙자들에게 점심 배식을 끝내고 식탁을 정리하고 있는데 가난한 아프리카 흑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이 우리들에게 다가와 불쌍한 노숙자들을 도와주어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돌돌 말은 2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식탁위에 놓고 얼른 자리를 떠났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 맞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예수님의 사랑이 이 아름다운 인간미가 넘치는 젊은 여인과 함께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떠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다. 몇 발자국을 걸어가던 그녀가 뒤를 돌아보면서 미소를 띄며 “ God bless you”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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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그린벨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