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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방인숙의 디즈니 월드 방문기① 할리우드 스튜디오

2016-06-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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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랜드 달리 4곳의 테마라크 구성

▶ 최근 히트작 프로그램 구성 관광객 흥미

수필가 방인숙의 디즈니 월드 방문기① 할리우드 스튜디오

할리우드의 축소판 차이니즈 극장에서 ‘그레이트 무비 라이드를...

새들이 날아갈 때는 활개만 치지 않는다. 간간히 비행기마냥 날개를 쫙 편 채 연처럼 바람에 떠가다가, 다시 활갯짓 한다. 새들의 그런 쉼을 삶의 여정에 대비하면 여행이 아닐까.

사무엘 울만이 78세에 쓴 '청춘(젊음)'라는 명시 일부엔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 꿈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란 구절이 있다.
그래서 8명의 멤버들이 지긋한 나이들이지만 의기투합해 디즈니월드의 여행길에 나섰다. ‘청춘’ 시의 후반부엔 ‘육십세이든, 십육세든/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는 놀라움에 끌리는 마음,/아이와 같은 미래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삶에서 환희를 얻고자하는 열망이 있는 법이다.’라고도 했다.

우리 나이완 다소 거리가 있고 어울리지 않지만, 디즈니 월드로 행선지를 잡은 저변에 대한 설명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BBC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가볼만한 50군데 중, 1위는 그랜드 캐년에 양보했지만 어엿하게 2등을 한 곳이기도 하니까.


마침 추수감사절 이후부터 크리스마스 전이 비성수기로 날씨도 좋다는데, 12월 초순에 떠나니 잘됐다. 그땐 디즈니직영모텔들이 플로리다 거주민에 한해 약간의 할인혜택을 주는데, 멤버인 J언니 딸이 플로리다에 살아 숙소예약과 제반사항을 챙겨줄 수 있으니까.

새벽 7시 비행기를 타고 올란드 공항에 내렸다. 눈만 돌리면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얼굴이니 얼마나 디즈니 월드랑 연계가 깊은 도시인지 짐작된다. 나목들 세계에 있다가, 불현듯 창창한 푸른 야자수와 초록 숲에 쌓인 호수 등의 풍광을 접하니, 먼 이국땅이 따로 없다.

곧장 올란드의 남서쪽 34Km 호수의 늪지대에, 1971년 개장된 2만5천 에이커의 ‘꿈의 왕국 디즈니월드’로 출발이다. 테마파크들이 디즈니랜드처럼 ‘한군데로 집합’이 아니다. 독자적으로 Hollywood Studios, Epcot, Magic Kingdom, Animal Kingdom로 분류돼있다.

우린 4곳 중 면적이 가장 적고, 1998년 세 번째로 개장한 할리우드 스튜디오( MGM스튜디오였는데 2008년 이름을 바꿈)로 갔다. 디즈니영화사와 자회사인 MGM에서 제작한 만화영화와 극영화를 주제로 한 파크다. 어느 새 어린애로 돌아갔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도 설렘을 부추긴다. 낯익은 맨해튼 건물들의 축소판이 꽤나 반갑다.

Hollywood란 사인과 명성의 거리 차이니즈극장, 그 앞바닥엔 왕년의 스타들 손, 발자국도 새겨있으니, 할리우드다. 우선 30분짜리 쇼를 보러갔다. 일테면 노천극장에 앉아 영화 ‘인디애나 존스’ 촬영장 엿보기다. 거대한 평면의 동굴세트에 해리슨 포드로 변장한 가짜 존스가 밧줄을 타고 내려온다.

한바탕 액션신이 끝나자 바퀴달린 세트가 쓱 옆으로 사라지고 중동의 거리세트로 순식간에 바뀐다. 존스가 긴 채찍을 휘두르며 악당들의 칼에 맞선다. 실제 헬리콥터가 날아와 앉고 여기저기서 진짜로 불길이 펑펑 치솟는데, 난리도 아니다. 카메라맨은 맹렬히 카메라 돌리고, 감독은 “액션! 컷!”소리치며 영화장면 그대로 촬영흉내 모션이다. 허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아슬아슬한 클라이맥스들의 실제를 접하니 싱겁다. 차라리 가상의 화면으로 머릿속에 저장된 채 둘 걸...

극장에서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Sing-Along’을 관람했다. 최근 히트작임에도 벌써 프로그램화 했으니, 디즈니의 볼거리변화추구방침 증거겠다. 사람들을 여러 번 오게 하는 비결이고. 화면엔 영화장면이 뜨고 무대에선 배우들이 삽입곡을 15분 동안 열창하니 미니 뮤지컬이다.


그런데 예쁜 얼음나라의 화면처럼 무대 위는 물론 객석까지 눈이 날아온다. 머리와 얼굴에 차가운 싸락눈이 살포시 닿으니 참 신기하다. 설경의 무대장치도 감탄 급인데 진짜 눈까지 안겨주다니... Y와 서로 머리와 얼굴에 묻은 눈송이를 만져보며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네!” 하며 웃었다. 유명한 주제곡인 “Let It Go”가 계속 귀에 감돈다.

그 다음 간 곳이 다. 입구엔 자라면서 부터 봐왔던 명우들 사진이 쫙 붙었는데, 거의 다 떠난 사람들이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고 나 역시 지난 인생의 길이가 만만찮다는 얘기겠다. 절대무상!

22분간 지하에서 트램에 타고 돌며 옛 명화 입체회고전을 스치듯 보았다. 좌우 양쪽으로 당대의 명화주인공과 배경세트들을 똑같이 재현했다. 예를 들면 서부영화엔 존 웨인이 폼 나게 황야의 술집 앞에서 말을 타고 총 겨눈 자세다. 갱스터 영화인지 올드카에 탄 제임스 캐그니가, 시가를 문채 총격전을 벌린다.

실제로 탕!탕! 총소리가 나더니 총알이 벽에 박힌 듯이 구멍에서 연기도 난다. 한낱 밀랍인형들의 총싸움인 걸 번연히 알지만 화약 냄새와 생생한 효과음에 반사적으로 팍 엎드렸다. 인디애나 존스 코너엔 뱀 떼들이 고개를 꼿꼿이 든 채 독이 잔뜩 올라 노려본다. 뱀은 가짜라도 소름 끼쳐서 힐끗 건성으로 보고 지나쳤다.

‘Sing In The Rain’이다. 진 켈리가 우산을 쓰고 있다가 비를 맞으며 노래하는 그 명장면 말이다. 인조인물임에도 영화랑 똑같이 노래를 부른다. 가로등을 붙잡고 팽그르르 돌더니 발까지 올리곤 탭댄스까지 춘다. 웃음이 절로 난다.

‘오즈의 마법사,세트다. 꽃들이 잔뜩 만개한 화단과 집들이 장난감처럼 작은 동화마을이다. 작은 입체모형으로 만든 실경(實景)인 디오라마가 너무 정교하다. 나도 모르게 "Somewhere Over The Rainbow" 멜로디가 입가에 맴돈다. 앙증맞은 창마다 작은 인형이 내다보는데 깜찍하게도 눈동자를 깜빡거린다. '어! 나랑 눈까지 맞추네. 잘못 봤나? 아니면 인공지능이라도 삽입했나?'

마지막은 예상대로 역대 불후명화인 ‘카사블랑카’의 마지막공항이별 장면이다. "Time Goes By"의 주제가가 흐른다. 두 배우를 똑 닮은 모조얼굴임에도 입을 움직여 대사하고 포옹도하니, 자못 애절해 가슴이 아리다.
수필가 방인숙의 디즈니 월드 방문기① 할리우드 스튜디오

’미녀와 야수’ 의 무대공연


다음은 ‘미녀와 야수’를 무대에서 라이브로 보여주는 20분짜리 뮤지컬이다. 뻔히 아는 내용임에도 무섭고 추하게 분장한 괴물이 종국엔 말쑥하고 멋진 꽃미남 왕자로 변하는 순간! 가슴 속에서 '짜잔!'소리가 절로 날 만큼 통쾌하고 짜릿하다. 우리들 인생에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꿈의 반전'이니까. 배우들이 주제곡인 "Be Our Guest"를 부른다. 가상의 행복기운이 내게도 조금 이입이 됐나. 가슴이 설레고 달콤한 여운에 감겨 기분 좋다.

15분짜리 쇼인 를 관람했다. 바다 속 비경을 꾸민 무대 와 배우들의 뮤지컬이다. 파도가 철석이자 물보라인지 작은 물방울도 튀고 갯내도 난다. 관람자도 애잔한 인어처럼 바닷물 속에 앉은 착각이 들만치 무대장치와 음향이 신비하다. 고난 끝에 인간으로 변한 인어와 왕자의 해피엔딩이라 한바탕 꿈이라도 꾼 느낌이다.

몸에 무리 안 되게 구경을 일찍 접고 모텔셔틀버스로 숙소직행이다. 구경 짬에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햄버거들을 먹었다. 그랬음에도 한국사람 아니랄까봐 모두들 라면과 깍두기, 햇반을 진수성찬인양 먹었다. 마크 트웨인이 "인류에게 참말로 효과적인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웃음이다"라고 설파했다. 지루한 삶에 탄력과 의미가 부여된 날이라 그런가. 모두들 평소보다 더 호호호! 웃음꽃들을 피워냈다.

나 역시 새벽부터 고된 행군이었는데도 일상의 단조로움이 깨진 행복한 하루여선가. 전혀 피곤치 않다. 박원서 선생은 산문에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성공한 인생이다.'했다. 오늘 만큼은 나도 분명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해도 되겠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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