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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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광야…‘죽음의 땅’에서 만난 뜻밖의 아름다움

2016-05-20 (금) 유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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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열하는 태양과 메마른 대지 ‘데스밸리’

‘최고로 뜨겁고, 가장 건조하며, 제일 낮은 곳.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소개하는 국립공원 사이트의 제목이다. 그만큼 덥고, 물이 없고, 해발 저 아래에 있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데스밸리는 편리와 이익이라는 구호 아래 온갖 문명의 사슬에 묶여 있는 도시와는 완전히 절연한 곳이다.

먼 옛날 바다 밑이었던 계곡은 작열하는 태양과 메마른 대지로 남겨져 있다. 파도가 넘실대던 그 시절을기억하는 흔적은 소금이다. 이 황량한 광야에는 엄청난 양의 소금이 여전히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다. 인간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황망하며 창조주 손길은 또 얼마나 광대한 가를 데스밸리는 아무말 없이 보여 준다. 그 앞에서 도시인은 그저 침묵하며 숙연하게 땅끝을 바라 볼 뿐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네바다를 향하는 프리웨이 15번은 필연적으로 바스토우를 거친다. 군사 도시로도 알려진 이 일대에서 베이커(Baker)를 기점으로 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캘리포니아 주립도로 127번을 타고 달린다.


세상은 온통 황무지이고 여행의 목적은 탈문명이다. 그러나 데스밸리를 다녀 온 사람이라면 지구가 얼마나 조용하고 순수한지를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시끄럽고 더러운 세상에서 인류의 가치와 품격을 간직하려 애쓰게된다.

데스밸리 여행에는 지금이 제격이다. 5월이면 이미 무더위를 피하기에는 끝물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비까지 내려주는 남가주의 이상기온 덕분에 데스밸리는 여전히 방문하기에 적당한 날씨를 지키고 있다.

엘니뇨는 이 죽음의 땅에 생명을 불어넣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촉촉이 내린 비 때문에 대지는 잠에서깨어나 땅 속 깊이 숨겨 놓은 씨앗에서 싹을 키웠다. 차를 달리는 양편으로 야생화가 시선이 닿는 지평선까지장관을 이룬다.

데스밸리는 지금 생명의 땅이다.

산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고, 땅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져 있다. 달리던 자동차를 멈추고 시동을 끄면 인공의소리는 한줌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귀가 먼 것처럼 잠시 어리둥절하게 된다. 하지만 잠시 후 몸은 자연에 순응한다. 소음 없는 평안이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차올라 온다. 데스밸리를 찾는 여행객이 갈망하던 순간이다.

데스밸리는 총 340만 에이커에 달하는 면적을 갖추고 있다. 그 안에는 산맥과 사막, 호수와 대지가 숨 쉬고있다. 여행자는 퍼니스크릭(Furnace Creek) 지역의 아티스트 팔레트(Artist’s Palette)를 봐야 한다. 분화구와암반 언덕들이 켜켜이 늘어 선 이곳은 총천연색이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바로 화가의 물감이 담긴 팔레트같다 해서 아티스트 팔레트다. 거대한 자연을 가지각색으로 치장할 수 있는 손길은 무엇일까. 신비로움에 경탄이 새어 나오게 된다.

배드워트 솔트 플래츠(Badwater Salt Flats)는 해저 282피트에 위치해 있다. 북미주에서 가장 낮은 땅이다.


대지는 헤아리기 힘든 세월 동안 소금이 빚은 풍광으로 가득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시즌에는 이곳에 호수가 생긴다. 그리곤 다시 흔적도 없이 메말라 버린다. 억겁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생명은 순식간이라는 진리를되새기게 만든다.

잽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는 데스밸리의 장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지점이다. 수많은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더구나 일출과 일몰은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으로 유명하다. 또 단테스뷰(Dante’s View)는 데스밸리에서 가장 가슴을 뛰게 만드는 곳이다. 산꼭대기에서 5,000피트 아래 펼쳐진 자연의 파노라마를 바라보노라면 감탄을 참을 수 없다.

그렇다고 등산할 필요는 없으니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포장도로가 친절하게 여행객의 자동차를 단테스 뷰까지 인도해 준다.

스토브파이프 웰스(Stovepipe Wells) 지역에 위치한 메스키트 플래트 샌드듄(Mesquite Flat Sand Dunes)은 100피트 안팎의 모래 언덕들이 이어진 사막이다.

아침에는 간밤에 움직인 모래의 파도 흔적을 따라 갈 수 있는 베스트 타임이다. 고요한 아침 모래의 파도위에 서면 대도시의 삶이 거짓말 같은 환상으로 여겨진다.

스코티스 캐슬(Scotty’ s Castle)은 광야를 헤매던 여행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된다. 지난 1920년대 광산업자 스코티가 스페인풍으로 지은 저택으로 부자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즐기곤 했다. 지금은 역사 유적지로 여행객을 맞아 부유한 인테리어를 뽐낸다.

<유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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