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에 뿔난 이민자들 시민권 취득‘한표’벼른다

2016-04-24 (일) 09:21:21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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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반이민 망언 행정명령 무산위기

▶ 유권자 등록 열기

한인 김모씨 부부는 영주권을 취득한 지 9년째 되는 해였던 지난해 10월 시민권 신청을 해 올해 3월 시민권 선서식을 하고 미국 국적자가 됐다. 미국에 취업이민을 온 뒤 아이들을 낳아 자녀가 모두 시민권자인 김씨 부부가 동시에 시민권 취득에 나선 이유는 바로 올해 열리는 미국 대선 때문이었다.

남편 김씨는 “영주권자로 미국에 사는 것이 문제는 없었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오면서 극단적으로 반이민 발언들을 하는 것을 보니 불안하기도 하고, 꼭 대선에서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민권을 신청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선의 해를 막아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트럼프 후보의 반이민 정책이 한인들을 비롯한 많은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에 불을 댕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이 시민권이나 영주권 자녀를 둔 경우 강제로 추방되는 것을 유예하고 유예된 기간에는 합법적인 체류를 보장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모추방유예(DAPA) 행정명령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시민권 신청자격을 갖춘 합법적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이 증가하고 있다고 22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이민자 권익단체들이 한인 영주권자 19만명을 포함해 880만명에 달하는 미 시민권 신청자격을 가진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권 신청자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대선이 치러지는 해마다 나타나는 현상지만, 불법이민자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트럼프 후보의 공약에 히스패닉 표심이 폭발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합법적인 이민자 신분으로 미국에서 거주해 온 영주권자들이 트럼프 후보를 응징하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인 이민자 사회도 시민권 취득과 관련한 결속력을 보이고있다.

실제로 지난 1994년 당시 서류미비자들에게 소셜시큐리티 번호와 공공교육 및 기본 복지혜택을 제한하자는 주민발의안 187 상정 당시에도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합법적인 이민자들의 시민권 신청자 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지난 1월 말부터 경선이 치러지는 격전지를 중심으로 미 전역 15개 주에서 시민권 클리닉을 개최하고 이민자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오바마 행정부도 이민단체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 캠페인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이민자 출신 유권자들은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격전지 승부를 판가름해 왔으며 민주당 후보가 70% 이상 몰표를 받으면 당선되고 공화당 후보가 30% 이하에 그치면 낙선해 캐스팅보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민정책 전문가들은 800만명이 넘는 영주권자들의 시민권 신청도 향후 대선 풍향계가 될 수 있지만 매년 새롭게 선거권을 취득하는 밀레니얼 히스패닉 자녀들의 선거참여가 대선 후보들의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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