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귓돌

2016-04-17 (일) 11:05:22 박 앤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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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리 한 마리 손질하다가
머릿속에서 골라낸 귓돌 한 개
손 매듭 길이만 한, 하얗고 갸름한 뼛조각
조붓한 양 끝, 살포시 패인 바닥이 얼핏 일엽편주인 양
금방이라도 물살 가를 듯 날렵하다

손안에 올려놓고 가만히 보고 있자니
서서히 밀려오는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뱃머리 일렁이자 춤추듯 움직이는 귓돌
그 춤사위에 맞추어 명태 지느러미 힘차게 휘날리고
머릿속에 깊이 숨어서도 방향감각 민감해
너른 바닷길이 동네 길처럼 환하다

미동도 않고 조용하다
생각에 잠긴 채 기억을 더듬는 듯
살아 펄떡거리던 바다의 삶
그 삶, 오롯이 제 몸속에 새기고
고요히 정박 중인데

이제 내 가슴 속에서 듣는다
돌이 들려주는 바다의 노래

<박 앤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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