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홈 인스펙션/춘분에 왠 날개달린 개미인가

2016-03-12 (토) 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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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 우화에서 개미는 대개 부지런하고 협동적인 성격을 가진 인간과 친숙한 곤충으로 묘사된다.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개미들은 해충을 억제하고 토양을 섞어주는 등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기능을 수행하며 인류와 공존해 왔다.

그런데 해충으로 분류되는 개미도 있다. 해충으로 알려진 개미 중 도로 개미는 보도 블록 사이의 모래를 파내는 고로 보도블록이 꺼지게 만들고, 노랑 미친 개미는 생태계를 무차별로 파괴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고, 설탕 개미는 버젓이 집안에 돌아다니며 부엌에 있는 단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붉은 불개미는 호전적이고 물면 엄청난 고통을 주는 침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반 개미처럼 위장하고 때를 지어 주택나무 골조에 수없이 구멍을 파고 들어가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새끼를 부화하는 목수개미(Carpenter Ant)는 우리가 거주하는 주택에서 흔히 목격되고 있는 나무구조물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개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미들은 따스한 날씨에 나타나 활보하고 다닌다. 그런데 아직도 밤낮으로 제법 쌀쌀한 춘분에 집안에 나타나는 날개달린 개미의 존재는 무엇인가. 날개는 있으되 날아다니지 않고 느릿느릿 마룻바닥위에 기어 다니다가 날개를 떨어뜨리고 살며시 어디론가 사라지는 이 개미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춘분이기는 하나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벌써 포근한 날씨가 도래하고 있다. 일찍 찾아온 따스한 봄날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이 곤충은 바로 개미의 탈을 쓴 날개 달린 터마이트(Termite Swarmer 혹은 Winged Termite)로 해충 중의 해충이요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불청객이다.

추운 겨울에는 땅속에 머무르다 포근한 봄 날씨와 더불어 봄비로 인해 습한 날씨가 도래하면 이 불청객은 기지개를 펴고 서서히 세상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녀 비행 후 날개는 떨어져 나가고 짝짓기를 한 다음 습한 토양과 접촉되어 있는 주택 나무 골조 속에 침투하여 새로운 둥지를 틀기 시작한다.

이 불청객은 일반 날개달린 개미와 흡사하고 밝은 빛을 선호하므로 대체로 햇볕이 들어오는 창문주변이나 문틈 주변에서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집안 청소를 하다보면 몸체 없이 떨어져 나간 날개들이 빛이 통과하는 창문틀 주변이나 문틈주변 마루에서 많이 목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날개 달린 터마이트(이하 스워머로 칭함)와 일반 날개달린 개미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먼저 머리에 있는 더듬이의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 스워머의 더듬이는 거의 직선인데 반해 일반 개미의 더듬이는 거의 90도 각도의 ㄴ자 모양으로 구부려져 있다.

둘째, 일반개미의 몸체는 머리, 가슴, 가느다란 허리에 연결된 배의 구분이 명확하나 스워머는 외견상 머리와 가슴, 허리가 뚜렷한 구분 없이 마치 바퀴 벌래 모양의 몸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스워머가 개미과가 아닌 바퀴벌래과에 속한 고로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개미허리 대신 절구통허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날개의 모양이 눈에 띠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스워머나 개미 둘 다 안쪽날개와 바깥쪽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스워머의 날개는 그 길이가 동일하나 개미의 경우 안쪽날개가 바깥쪽 날개에 비해 짧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스워머의 날개는 몸체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길고 타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으나 개미의 날개는 긴 삼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스워머는 나무구조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이들이 짝을 지은 후 태어난 일명 흰개미가 나무구조물을 파먹기 때문에 매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흰개미는 절대 외부로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눈은 퇴화되어 있고 단지 나무구조물 속을 다니면서 마치 암처럼 나무속을 보이지 않게 서서히 먹어 치워 심한경우 마치 썩은 나무처럼 주택나무기둥을 쓰러뜨린다.

터마이트는 대체로 3월에서 5월 사이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기 시작하여 초가을까지 지속하는데 무더운 여름에는 땅 속으로 들어가 있다가 활동하기 좋은 초 가을에 다시 나타나 나무를 갉아먹기 시작하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땅속으로 들어간다.

일단 스워머가 목격되면 집안에 터마이트가 존재하고 있다는 신호다. 수년 동안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스워머가 나타났다면 최근에 옆집에서 침투한 터마이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웃에 터마이트가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면 예방차원에서 미리 터마이트 방제를 해주는 것이 좋다.

터마이트가 침투한 후 일반적으로 5년정도 경과한 후에 심각한 피해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단 스워머가 목격되면 즉시 터마이트 방제회사에 연락을 하여야 한다. 터마이트를 방치하는 것은 마치 우리 몸속에 있는 암을 방치하는 것과 같고 서서히 보이지 않게 진행된 그 피해는 나중에 엄청난 비용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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