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레임 한 번만 해도 차보험료 평균 41% 올라

2016-03-09 (수)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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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달러 이상의 대인배상 청구할 경우 가주 86% - 메릴랜드 22% 올라 ‘주별 큰 차’

▶ 조정된 프리미엄 3~5년 지나면 이전수준 회복

■차 사고 나면 보험료 얼마나 오르나
차 사고는 이래저래 부담스럽다.
자동차가 찌그러진 것만도 짜증스러운데 보험료까지 껑충 뛰어오른다.
게다가 사고로 인해 상향 조정된 자동차 보험료는 수년간 내려가지 않는다.
보험료 견적사이트인 인슈어런스쿼츠닷컴(insuranceQuotes.com)이 최근 새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를 낸 운전자의 보험료는 단 한 번의 클레임만으로도 평균 41%가 인상된다.


인슈어런스쿼츠닷컴의 이번 보고서는 운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미스터리’의 실체에 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대형 차 사고를 낸 경우 보험료가 까마득하게 치솟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경미한 접촉사고를 냈을 때에도 보험료가 올라가는가라는 점이다. 올라간다면 인상폭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보험사들은 이런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해줄 구체적 답변을 들려주지 않는다.

무언가 구린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다.

보험사들은 사고에 따른 요율인상을 결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일률적인 답변을 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개인의 운전기록, 사고의 책임소재와 심각성 등을 두루 살펴서 요율 인상폭을 결정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표준인상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를 위해 인슈어런스쿼츠닷컴의 연구원들은 가상의 인물을 사고 운전자로 내세웠다.

가상의 인물은 직장에 다니는 45세의 기혼 여성 운전자로 훌륭한(excellent) 크레딧 스코어의 소유자이며 이전에 단 한번도 클레임을 제기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중간에 보험이 끊긴 적도 없다.

이쯤 되면 보험사가 좋아할만한 ‘우량고객’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무리 우량고객이라 하더라도 사고를 내면 보험료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연구원들은 이 가상의 드라이버가 신체상해(대인배상), 재물손괴(대물배상)와 종합배상 등 3개의 서로 다른 클레임을 청구했을 때 연간 보험 프레미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들 3개의 클레임 가운데 종합배상은 우박, 홍수, 절도 등 사고 이외의 요인으로 차량이 입은 데미지를 커버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2,000달러 이상의 싱글 클레임을 요청한 운전자들의 프레미엄은 41%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간 평균 자동차 보험료인 815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 335달러가 오르는 셈이다.

재수에 옴이 붙어 1년에 두 차례 클레임을 했다면 보험료는 무려 93%가 인상된다. 연 보험료가 1,000달러인 운전자라면 두 차례 사고를 치고 난 후 1,930달러로 뛰어오른 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인슈어런스쿼츠닷컴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로라 아담스는 “운전자들이 보험 클레임의 결과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보험청구를 하게 되면 보험료가 오를 뿐 아니라 상향조정된 액수가 수년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액수가 많지 않은 스몰 클레임을 청구해도 보험료가 인상돼 장기간 재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물론 본인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보험료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고 후 프리미엄 인상액은 주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에서 본인과실로 사고를 낸 운전자의 보험료는 76%가 올라간다.

반면 메릴랜드에서 같은 사고를 낸 운전자의 프리미엄은 22% 인상되는데 그친다.

보험 규제가 엄격한 주일수록 사고 후 보험금 인상폭이 크다. 그 이유가 무얼까?캘리포니아의 경우를 검토해 보자. 캘리포니아주는 운전안전기록, 마일로 환산한 연간 주행거리, 운전경력 등 단 3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할 것을 의무화했다.

따라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이들 세 가지 보험산정 기준 가운데 하나인 주행안전기록이 박살나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천정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 오르게 된다.

그러나 메릴랜드를 비롯한 일부 주는 보험사가 사고 운전자의 성별, 나이, 직업, 신용점수, 거주지역 등 다양한 추가 요소들을 고려해 요율을 결정하도록 허용한다.

이처럼 보험료 산정시 감안해야 할 항목이 많으면 어느 특정항목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요율 인상폭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사고로 피해자가 다쳤을 때 청구하는 대인보험이 가해 운전자의 보험료에 가장 큰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뻔한 얘기지만 운전자들은 2,000달러 이상의 대인배상 청구를 극도로 꺼린다. 특히 캘리포니아(86%. 이하 괄호안은 보험청구 후의 프리미엄 인상률), 매사추세츠(83%), 뉴저지(69%), 노스캐롤라이나(58%), 미네소타(52%) 등 사고 후 프리미엄 조정폭이 유난히 큰 5개 주의 운전자들은 웬만하면 ‘주머니 돈’으로 사후처리를 하려든다.

이와 대조적으로 메릴랜드(22%), 미시간(25%), 몬태나(27%), 오클라호마(27%), 미시시피(28%) 등은 대인보험을 청구한 운전자의 보험료 평균 인상폭이 전국에서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힌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인상된 프리미엄이 영구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조정된 프리미엄은 3~5년간 유지된 후 클레임 이전수준으로 내려간다.

보험정보연구소(III)의 대변인 마이크 배리는 “클레임을 한 후에는 다른 보험사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보험사마다 가입이전에 발생한 사고 기록의 비중을 달리 산정하기 때문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라고 귀띔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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