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마 음료 시장 급성장… 일반 음료 코너에도 ‘버젓이’

2025-06-3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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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지양 30~50대 ‘주소비자’
▶ ‘대학생·고령층’ 많이 찾아

▶ 향후 10년 시장규모 300억
▶ 올해만 80건 이상 규제 법안

대마 음료 시장 급성장… 일반 음료 코너에도 ‘버젓이’

산업용 대마 ‘헴프’ 성분이 함유된 대마 음료 시장이 급성장 중인 가운데, 각 주정부도 활발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로이터]

대마를 원료로 한 이른바 ‘대마 음료’(Hemp Drinks)가 인기를 끌면서, 주정부들이 저마다 규제에 나서고 있다. 기존 마리화나보다 규제가 느슨한 ‘헴프’(Hemp·산업용 대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대마 음료는 정신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는 미성년자 대상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최근 대마 음료는‘음주 지양층’(Sober-Curious)은 물론, 수제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주류 유통업체, 소규모 양조장 등 다양한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멀티스테이트’(MultiState)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80건이 넘는 관련 규제 법안이 각 주의회에 발의됐을 정도로 대마 음료 시장 규제 움직임도 활발하다.

■ THC 0.3% 미만 ‘헴프’ 음료 시중 유통 가능

현재 미국에서는 대마에 포함된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 함량이 건조 중량 기준 0.3% 이하일 경우 이를 ‘헴프’로 분류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마리화나’로 간주한다. 이 기준에 따라 대마 음료 대부분은 법적으로 헴프에 해당돼 일반 유통이 가능하다.


2018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합법화된 헴프 음료 시장은 한동안 각 주의 규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헴프에서 추출한 THC 성분을 인위적으로 강화하거나 대량으로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조된 음료들이 시중에 확산되며, 사실상 고농도 마리화나와 유사한 환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마 전문가들은 “허용되는 THC의 ‘밀리그램 수치’가 중요한데, THC가 50mg, 100mg까지 함유된 헴프 음료는 마리화나 못지않은 환각 효과를 내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헴프로 분류돼 유통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2018년부터 시장 급성장

대마 음료 시장은 2018년 헴프가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왔다. 유통업체들이 관련 제품 수요 증가와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대마 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억3,900만달러에서 올해 1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향후 10년 내 대마 음료 소매 시장 규모가 300억달러에 달하고, 2035년까지 저용량 THC가 함유된 대마 음료가 수제 맥주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기관도 있다.

대마 음료 지지자들은 대마 음료가 기존의 대마초 소비층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점을 들어 지나친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지지자들에 따르면 합법 대마초 판매점인 ‘디스펜서리’를 찾지 않는 일반 소비자들도 대마 음료를 편의점이나 술집 등에서 부담 없이 접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건강을 중시하고 음주를 줄이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마 음료가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미국 내 주류 소비는 최근 몇 년 사이 건강 트렌드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대마초 사용 인구는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의학 저널 ‘자마 내과’(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미국 성인의 7%가 최근 한 달 내 대마초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1% 미만)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 음주 줄이려는 30~50대 ‘주소비자’


노스캐롤라이나주 음료 유통업체 R.H. 배링거는 2023년 처음 대마 음료 시장에 주목했다. 회사 측은 대마 음료가 일반 주류처럼 사회적 친밀감을 제공하면서도 스파클링 워터처럼 칼로리와 당분이 적은 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116개에 달하는 대마 음료 브랜드를 880여 개 소매점에 공급하고 있다.

대마 음료 업계에 따르면 주 소비층이 음주를 줄이려는 30~50대 중장년층이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대마 음료가 대학가나 은퇴자 밀집 지역 등 다양한 시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복용하는 고령층 사이에서 대마 음료를 알코올 음료 대안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한 40대 중반 대마 음료 사용자는 “대마 음료는 탈수 등 신체 부작용이 적어 좋다”라며 “주로 사교 모임에서만 대마 음료를 즐기며, 상점에서 구매할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대마 음료 업계도 이 음료가 기존 대마초 제품보다 소비자에게 거부감이 덜 하고, 사회적 자리에서 알코올을 대신해 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평가한다.

■ 일반 음료 코너에 버젓이

대마 음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대자들은 대마 음료가 정신을 잃게 할 정도로 취하게 하거나 (화학 성분)중독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자들에 따르면, 2018년 농업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대마 음료가 의도치 않게 합법화됐으며, 전자 담배 및 관련 젤리 제품처럼 아동과 청소년의 관심을 끄는 제품으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주민은 최근 13세 아들과 슈퍼마켓에서 음료 코너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들이 석류 맛 음료를 골랐는데, 포장에 환각 효과가 없는 대마초 성분인 CBD가 포함돼 있었다고 적힌 것이었다. 이 주민은 “대마 음료가 주류 코너에 진열됐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일반 음료 옆에 버젓이 있는 것으로 보고 놀랐다”라고 전했다. 이 주민은 아들에게 음료 성분을 설명하고 다시 진열대에서 올려놓았다.

‘미국 독극물 센터’(America’s Poison Centers)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THC 관련 중독 신고가 1,520건 넘게 접수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발생한 사례였다. 마리화나는 연방 ‘마약단속국’(DEA)이 통제 물질로 지정해 주 간 이동이 금지되고, 판매가 허용된 일부 주에서는 면허 발급, 안전기준, 주세 부과 등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반면 2018년 법안에 따라 대마 음료는 전국 어디서나 생산해 주유소, 호텔 미니마트에서 판매하거나 심지어 음식 배달 앱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일부 주는 이미 대마 음료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가주, 뉴욕주 등 인구가 많은 주들은 대마 음료 판매를 전면 또는 일부 금지했다. 현재 대부분 주에서는 제3자 검사 의무화, THC 함량 제한, 21세 이상 소비자에 한해 판매 등 일정한 규제를 두고 있다. 아이오와주는 2024년 12온스(약 355ml) 캔당 THC 함량을 4밀리그램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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