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과 피부 발진으로 병원에서 검사 받는 콜롬비아 임신부(EPA=연합뉴스 DB)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비상에 걸린 가운데 창궐 지역인 중남미 국가의 열악한 피임·낙태 실상이 주목을 받는다.
콜롬비아와 엘살바도르는 국가 차원에서 6∼8개월 또는 최대 2년간 임신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으나, 부족한 피임 기구와 낙태 시설, 대가족을 지향하는 보수적인 가부장 문화 탓에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과테말라 인구협회에서 일하는 알레한드라 콜롬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중남미 각 정부의 임신 권고안은 마치 여성의 선택에 달린 것처럼 보인다"면서 "임신이 전적으로 여성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가족을 원하는 보수적인 문화상 여성이 남편에게 콘돔과 같은 피임 기구를 사용하자고 설득할 수 없는 특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 피임약과 자궁 내 수정란의 착상을 막는 피임 기구인 IUD가 턱없이 모자라 중남미 지역 여성은 병원에 가더라도 임신과 출산을 스스로 조절할 수도 없다.
콜롬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중남미 지역에서 피임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고 각 나라의 산아 제한 정책 시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남미 지역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낙태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칠레와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아이티,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이다.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에서 2008년 낙태한 여성 440만 명 중 95%가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불법 낙태 시술을 받았다.
피임과 낙태 지지 단체인 미국의 비영리 기관 구트마커 재단은 중남미 지역 15∼44세 여성 1천 명당 낙태 횟수가 31∼32건이라며 이는 미국 평균 1천 명당 28건보다 높다고 소개했다.
2014년 현재 중남미 지역 임산부 사망자의 10%가 불법 낙태에 기인하고, 약 76만 명의 여성이 불법 낙태에 따른 합병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극빈층 여성의 ⅓이 병원이나 조산소 등 의료 시설보다 비위생적인 집에서 출산한다고 구트마커 재단은 파악했다.
구트마커 재단은 피임 기구를 충분히 공급하고 의료 시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면 중남미 지역의 임산부 사망자를 1년 평균 9천300명에서 3천300명으로 65%가량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신생아 사망자도 연평균 10만7천 명에서 3만 2천 명 수준으로 70%나 급감하고, 원치 않는 임신과 불법 낙태 수치도 65%나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위민 온 웨이브'(Women on Waves)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미 임신부들에게 낙태약을 무료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