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재무부 3월부터 조사-고급 주택 실소유주·자금출처 파악
▶ 맨해턴·마이애미 지역 조사 대상
서류상 회사인 이른바 유령 회사를 차려놓고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주택을 사들인 소유주들의 실명을 파악하는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연방재무부는 고급 부동산 시장에 이른바 해외 ‘검은돈’이 유입, 돈 세탁과 안전 금고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조사와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오는 3월부터 고급 주택 거래가 활발했던 맨해턴과 마이애미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가 시작된다.
■ 고급 주택 구입한 ‘유령회사’ 우선 조사대상
미국 내 부동산 시장에 해외 불법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우려에 연방재무부가 고급 주택 실소유주들의 신원 파악에 나설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13일 보도했다.
조사 대상은 주로 고급 부동산을 사들인 이른바 ‘비밀 바이어’들로 구입자 신원 확인과 자금 출처 조사 등이 고강도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불법 자금의 주요 부동산 구입지로 알려진 뉴욕 맨해튼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실시된다.
주택 시장에 흘러 들어온 ‘검은 돈’은 구입자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서류상 회사인 ‘셸 컴퍼니’(Shell Company)를 설립, 주로 전액 현금 구매 형태로 고급 부동산을 구입해 왔다. 조사가 실시되면 그동안 단속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회사 명의 현금 구매’ 행위가 실명 공개 등 투명한 절차 없이는 이뤄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조사를 앞두고 부동산 업계가 가장 먼저 술렁이고 있다. 연방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현금 구매자의 실명 공개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업계는 부유층 비밀 바이어들이 굵직한 거래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 앞으로 실명제가 실시되면 거래 감소 등 부동산 업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있을 것을 예상된다.
■ 에이전트, 변호사, 자문 업체까지도 대상
연방정부의 고급 주택 실소유주 파악 결정은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대규모 ‘돈 세탁’ 행위를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무부와 연방사법당국은 모든 노력을 동원해 ‘유한책임회사’(L.L.C.)나 파트너십 등의 셸 컴퍼니 형태의 구입자에 의한 고급 부동산 거래 추적할 방침이다.
재무부는 향후 돈 세탁에 관여 혐의가 있는 부동산 에이전트, 변호사, 은행, 쉘 컴퍼니 설립 자문 업체 까지도 수사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재 보도한 기사가 이번 결정의 발단을 제공했다. 뉴욕 타임스의 조사에 따르면 자금 안전 도피처를 찾는 해외 구입자들이 국내에 쉘 컴퍼니를 차려놓고 거액의 부동산 거래에 나서는 사례가 최근 수년간 급증하고 있다.
주로 고급부동산 시장에 해외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데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에이전트조차 실제 구입자의 신원을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로 나타났다. 현재 부동산 관련법에 따르면 부동산 에이전트가 구입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 ‘부당 이익’이 구입 자금 원천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주로 부동산 투자자들이 구입 뒤 발생 가능성 있는 투자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한책임회사를 통한 부동산 투자에 주로 나선다.
그러나 연방재무부에 따르면 최근 유한책임회사들이 사들인 고가 부동산의 상당수가 ‘부당 이익’이 구입 자금 원천이 된 경우이고 불법 자금의 ‘안전 금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한 책임회사의 익명성을 악용, 거액의 부동산 거래 절차를 불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문제점이다. 연방재무부 산하 금융정보 분석기구 ‘핀센’(FinCEN)의 제니퍼 캘버리 디렉터는 뉴욕 타임스에 “불법 자금이 국내 고급 부동산 시장에 흘러 들어오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가장 큰 우려사항은 대부분의 거래 절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맨해턴 300만달러 이상, 마이애미 100만달러 이상 조사 대상
재무부의 단속 대상은 셸 컴퍼니에 의한 고가 부동산 현금 구매 거래다. 구입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재무부는 타이틀 보험 업체에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부동산 거래 시작단계에서부터 마감까지 거의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타이틀 보험 업체 구입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신원을 요청하게 된다. 타이틀 보험 업체로부터 넘겨받은 구입자 신원 자료는 데이터 베이스화 해서 법집행기관으로 넘겨진 뒤 정밀 조사가 뒤따른다. 단속 대상이 되는 부동산 거래 규모는 수십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범 단속 지역인 맨해턴의 경우 발의안 시행에 따라 300만달러가 넘는 부동산을 구입하는 구입자의 신원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경우 약 100만달러 이상 부동산 거래가 조사 대상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프로퍼티샤크에 따르면 맨해튼에서 지난해 2분기에만 300만달러 이상 부동산 거래는 모두 약 1,045건이 이뤄졌는데 거래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약 65억달러를 넘는다.
■ 오는 3~8월 조사 실시
재무부는 맨해턴과 마이애미 두 지역을 대상으로 오는 3월부터 8월까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불법으로 의심되는 자금에 의한 부동산 구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면 재무부는 전국 부동산 시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영구 발의안으로 수정할 계획이다.
연방수사국(FBI) 측은 재무부가 발의안 기간과 지역을 확대 시행할 경우 전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패트릭 팔론 FBI 금융범죄수사 책임자는 “셸 컴퍼니에 숨겨진 익명성이 불법 자금과 돈 세탁 관련 범죄 수사를 방해하는 요소였다”며 “재무부 발의안 시행으로 통해 불법 자금 추적에 성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 LA 지역도 조사 대상 많을 것
타임스의 조사에서도 쉘 컴퍼니에 의한 고가 부동산 구입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스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00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부동산 거래의 절반 가량이 셸 컴퍼니에 의한 구입으로 조사됐다. 타임스는 고가 주택이 즐비한 맨해턴과 LA 지역의 경우 셸 컴퍼니에 의한 고가 주택 구입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타임스가 뉴욕의 고급 콘도미니엄 콤플렉스로 유명한 타임워너 센터의 지난 10년간 소유주 현황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불법 자금 관련, 정부의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 여러 명이 실제 소유주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관련 소유주 중에는 러시아 전직 상원의원, 콜롬비아 전직 주지사, 영국계 금융업자, 말레이시아 총리와 연계된 사업가 등이 포함됐는데 모두 현재 수사 대상 인물들이다.
<
뉴욕 타임스 특약·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