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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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있으면 A학점… 사고팔기 편법 성행

2015-11-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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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교수 비슷한 시험문제 출제 겨냥

▶ 과제·리포트 구입하는 한인 유학생도

“미국 대학에서까지 족보를 사용하다니요. 편법으로 학점만 잘 받으면 되는 건가요”

뉴욕대에서 재학 중인 한인 정모(23)씨는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한인학생들이 편법으로 공부하는 일명 ‘족보’ 사용 때문에 불만이 많다.
‘족보’는 대학교 해당과목 교수의 전 시험지, 수업 스케줄, 예상문제 등을 학기 별로 모아둔 것을 말한다.

뉴욕 일원의 상당수 대학에서도 일부 교수들이 시험문제를 낼 때 이전 학기에 사용했던 시험지에서 문제 순서만 바꾸거나 숫자만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알아낸 몇몇 학생들이 그 교수의 수업 자료를 학기별로 모아 족보를 만들고 이것을 주변 친구들과 공유해 시험기간에만 공부를 해서 높은 학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주립대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있는 김모(24)씨는 교수를 선택하는 방법이 남다르다. 김씨는 수강신청을 수업의 질 또는 내용을 보지 않고 교수가 과제를 집에서 완성해서 제출하는 교육 방식을 사용하는지 확인한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과제대행 사이트를 찾아 해당과목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골라 돈을 내고 과제를 의뢰를 한다. 김씨는 “전공과목 공부하는 시간도 부족한데 교양과목까지 신경 쓸 수 없다”며 “전공과목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대학에서도 이른바 ‘족보’를 이용하거나 돈을 주고 과제 및 리포트를 사는 등의 편법이 행해지고 있으며 이는 주로 한인 또는 중국계 학생들이나 한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전언이다.

정씨는 “족보를 사용하는 학생들은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시험기간에도 출석을 안 하고 시험 때만 출석해서 시험을 보는데 좋은 학점을 받는다”며 “족보를 사용하면 사실상 시험문제를 알고 있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수업에 성실히 참여한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는다”고 부당함을 지적했다.

최근 페이스북 한인 커뮤니티 페이지에서는 한인 대학생들이 학교생활 정보에 대한 질문이 아닌 ‘족보’를 찾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글을 읽은 같은 학교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라는 등 답글을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무엇이 올바른 선택이고 올바른 대학교 생활을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경하 기자>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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