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태진의 아프리카 여행기(12)

2015-10-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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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선 선교사

▶ 32년간 탄자니아서 학원사역 활동

권태진의 아프리카 여행기(12)

밭에 나무 종자를 심는 현지인 노동자 여인들.

권태진의 아프리카 여행기(12)

인터뷰 하고 있는 최재선 선교사.

600명 초등학생 재학하는 아루샤 학원사역 시작으로
3년 전 신기다에 초등학교 개설.현재 150여명 아이들 등록
나무 없는 삭막한 지역...넓은 빈 땅에 나무 종자 심는 작업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심는 사람들
최재선 선교사

6월 17일 (수요일)
킬리만자로에서 내려온 이후 탄자니아 일정은 최홍규 선교사가 계획했다. 최선교사 5년 동안 사역하여온 탄자니아 방문이 아프리카의 중요한 일정의 하나였다. 선교지 방문, 수도 도도마와 탄자니아 최대도시 다레살렘 방문 등 5박 6일의 일정이다.


킬리만자로 산 아래에 있는 도시 모쉬에서 도도마로 떠나는 아침 6시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에 갔다. 장사꾼들이 무엇을 팔려고 버스 창문으로 몰려드는 것은 옛 한국의 모습 그대로였다. 도도마로 가는 도중하차하여 신기다(Singida) 마을을 갈 계획이다.

신기다에는 탄자니아의 한국선교사중 가장 오래된 선교사로 성공적인 학원사역을 하고 있는 최재선 선교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내 옆 창문가에 여학생이 자리를 잡았다. Moses 라고 이름을 밝힌 여학생은 고등학교 졸업반으로 음악을 좋아하며 졸업 후는 기술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 아이의 무릎 위에는 현존하는 미국 작가 Tad Williams의 과학소설 베스트셀라 ‘Otherland’가 놓여 있었다. 아프리카의 작은 여고생, 탄자니아를 벗어나 책의 제목대로 ‘다른세계’를 꿈꾸고 있는 것일가?

버스는 대체로 안락한 중형 버스다. 교통은 번잡하지 않아도 도로가 단선이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떠난 지 4시간 가까이 되어서 도로 변에 버스를 세우고 용변을 보라고 한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변소는 보이지 않고 남여 모두가 들판으로 나가서 실례를 한다. 케냐 마사이마을 방문했을 때 여자들은 변소를 사용하지 않고 들판에서 용변을 본다고 한 추장의 말이 생각났다.

모쉬를 출발한지 5시간이 지나서 도도마와 신기다의 갈림길에서 하차했다. 최재선 선교사의 차가 이곳에서 우리를 픽업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 마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보아 무슬림교도들의 마을이다.

탄자니아의 무슬림교도는 전체인구의 30-35%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 도로변에는 몇 개의 상점이 있고 상점 앞에 젊은이들이 여려 명 모여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온 몸이 먼지투성이다. 이 중 한 아이가 나무토막(?)을 입으로 뜯고 있었다. “배가 고파 나무토막을 먹는다?” 생각하니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지나가던 차가 멈추고 길거리에 세워놓은 긴 막대기 같은 것을 돈을 주고 사고 있었다. 이것이 사탕무 줄기였다. 상점 앞 노상에 임시 정육점이 등장했다. 땅바닥에 판자를 놓고 그 위에 통째로 된 한 마리 소고기를 올려놓고 잘라 팔고 있다. 심심치 않게 고객이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소고기가 주식의 하나이다. 소고기를 냉장하지 않고 도살된 당일로 판매되니 신선한 고기를 먹게 된다.

20분쯤 지나 최선교사가 보낸 도요타 지프차를 타고 신기다 선교지를 향했다. 허허 벌판 비포장도로에 먼지를 뿜으며 차는 달린다. 좁은 길, 집도 없는 벌판을 10여분 가니 여러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후 2시 가까이 되어 도착한 우리를 최재선 선교사가 반가이 맞았다.


나는 처음 뵙는 분이지만 최홍규 선교사와는 밀접하게 지내는 분이고 이곳의 솔라전기 설치를 최선교사가 담당했다. 60대 후반으로 체구가 적은 최선교사는 아주 친절하고 검소한 인상을 주어 마치 친구에게 온 것처럼 편안했다. 최선교사를 돕고 있는 사람들도 소개를 해 주었다.

이곳에는 최선교사를 돕고 있는 두 분의 한국목사와 그들 부부, 한국에서 실습생으로 와 있는 젊은 여자들도 몇 명 있다. 들어온 점심은 밥에다 소고기감자탕, 열무김치, 막 김치, 탄자니아 마늘 절이 이것이 전부였지만 모두가 맛있었다. 탄자니아 마늘은 아주 작은 마늘로 최선교사는 이것을 권한다. 선교지 밭에서 직접 재배하여 만든 열무김치 맛이 좋아 한 접시 더 청했다.

최선교사의 하루의 일과는 직원들과 함께 아침 예배로 시작한다. 최선교사의 사역의 중심은 아루샤(Arusha) 학원사역이다. 최선교사가 학교사역을 처음 시작한 곳이 아루샤다. 이 학교에는 600명의 초등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이곳은 부인 이종순선교사에게 책임을 맡기고 3년 전 이곳 신기다에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였다.

신기다에는 초등학교를 개설하고 현재 150여명의 아이들이 등록하고 있다. 등록금은 한 학기에 $10이다. 그러나 학비가 없어 학교를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고 최선교사는 설명한다. 이곳 선교지의 주목적은 학원사역이지만 커뮤니티 서비스도 겸하기 있다.

지난 32년간의 탄자니아 선교 이야기를 들었다. “83년 탄자니아에 선교사로 와 첫 8년은 고생하며 방황 했다. 그래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다. 8년 고생이 끝나니 9년째 부터는 방향이 잡히고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나에게 훈련을 시킨 것이다. 1994년에 유치원교사 훈련을 시작하여 500여 명을 양성했다.

2001년에 정부의 허가를 얻어 초등학교 사역이 시작되었다. 하나님의 은혜의 덕분이다. 하나님께 감사하며 지금은 큰 보람을 느낀다,”고 술회했다. 그에 의하면 사립학교는 정부의 보조가 없다. 학생들로부터 받는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역의 이야기가 끝난 후 최선교사는 선교지 내부를 안내했다. 본관 건물, 유치원 학교,사택,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등을 돌아보고 넓은 들판으로 안내했다. 여기에 20여 명의 현지 여인들이 앉아서 검은 봉지에 무엇을 넣고 있었다.

넓은 빈 땅에 나무 종자를 심으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자를 만들려면 우선 씨를 뿌려야 하는데 그 씨를 봉지에 넣어서 움이 트게 하는 기초 작업을 한다. 조그마한 까만 수많은 봉지들이 줄을 지어 들판에 놓여있다. 1차로 30만 그루의 종자를 만들어 원주민에게 공급하려고 한다. 이 종자는 물이 없어도 자랄 수 있으며 6-7년 자라면 큰 나무가 되어 환경에도 좋을 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최선교사는 설명했다.

킬리만자로 지역과는 달리 이 지역은 나무가 없는 삭막한 지역이다. 여자들의 임금은 시간당 15센트 하루 8시간 $1.20이다. 값싼 임금이지만 빈곤한 이들 주민들에게는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

최선교사에게 두 딸이 있다. 두 딸 모두 미국에서 유학했다. 큰 딸은 아프리카 아동문학과 교육학을 대학원에서 전공했다. 현재 아버지를 도와왔던 큰 딸은 금년 가을학기부터 영국 캠브릿지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는다. 역시 미국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간호사인 둘째딸은 현재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딸들이 모두가 아프리카를 사랑하여 아프리카에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큰 딸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보다 아프리카의 아동과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헌신하고자 한다고 하여 마음에 감동을 주었다.

최선교사는 하루를 묵고 떠나도록 권했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도도마에서 머물기로 했다. 선교지에서 도도마까지는 230km의 먼 길이다. 버스를 탈 계획을 하고 그곳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최선교사는 선교지의 차를 이용하도록 편리를 제공해 주었다.

신형 도요다 4휠 지프차에 현지인 운전수에 다른 직원까지 동반하게 하여 최홍규 선교사와 나는 도도마까지 편안하게 올수 있었다. 단선도로인 하이웨이에 차들이 없고 맑고 상쾌한 늦은 오후다. 확 트인 끝없는 대지 위에 펼쳐진 벌판을 바라보며 2시간 반의 질주는 아프리카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기회였다.

여기저기 아프리카의 특유의 나무 바오밥 나무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어느 불란서 자연학자가 이 나무를 ‘거꾸로 세운’나무라고 평했다고 한다. 이 나무는 겨울에는 입이 떨어져 마치 죽은 나무처럼 보여 나뭇가지들이 나무뿌리처럼 보인다. 수도 도도마와 인근 지역은 비가 적고 땅이 메말라 나무들이 크게 자라지 못하는 곳이다. 그래서 5미터에서 30미터 높이로 자라는 바오밥 나무만이 들판에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머무는 곳은 도도마시에 있는 뉴도도마호텔이다. 호텔 객실은 많지 않은 작은 호텔이나 국회의사당이 가까워 의원들도 잘 애용하는 호텔이라고 한다. 도도마에서는 좋은 호텔이지만 미국의 수준을 본다면 3스타급에 속하지 않을까? 그러나 호텔중앙에 있는 가든은 마음에 들었다.

객실로 둘러쌓인 가운데 위치한 이 공간은 야자수와 다른 식물들로 정원을 아늑하고 예쁘게 만들었다. 정원 한쪽에 술을 마실 수 있는 스탠드바가 조그마한 인공 연못 가운데 있다. 가든 중앙 공간에 테이블이 놓여있다. 식당은 건물 안에 있으나 이곳에서 주문하기도 하며 투숙객들이 이곳을 음식을 먹거나 마시는 곳으로 애용하고 있다.

짐을 풀고 최선교사와 나는 호텔 가든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호텔에는 중국식당도 있어 최선교사는 두부요리를, 나는 미국 스테이크와 비교하기 위해 뉴욕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그리고 도도마의 특산 도도마 레드와인도 한 병 주문했다. 이야기를 안주로 와인 잔을 천천히 비우면서 1주간의 여독을 다 잊어버리고 상쾌한 저녁시간을 즐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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