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랑스런 아이들
2015-10-08 (목) 12:00:00
지난 6월부터 국립국어원에서는 ‘너무’를 긍정적인 서술어와 어울려 쓸 수 있다고 했다.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라는 뜻이지만 그동안 ‘너무’는 부정적인 서술어에만 어울려 쓸 수 있었다. 너무 싫다, 너무 짜다는 것과 같이 지금의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상황을 묘사하던 ‘너무’는 수십년간 어의의 변천에 따라 부정과 긍정의 서술에 혼용되어왔던 게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격정적인 성격이었던 나는 ‘너무’를 많이 사용했다. ‘너무’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기대로 많은 일을 전전했다. 사십 대 중반이 되면서 괜히 초초해지고 공허해지는 날이 많았다. 그 공허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점차 줄었다.
한국어라고는 ‘엄마, 아빠, 먹어, 아니야…’ 같은 말밖에는 모르는 이 동네 어린이들을 한국학교에서 만났을 때 나는 묵직한 책임감이 들었다. 이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한국의 문화를 전달하고, 한국의 풍습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은 저마다 입을 달싹거린다. 제집에서 경험한 한국의 말과 문화가 많든 적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초봄, 설날 잔치에 많은 전통놀이를 했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공기놀이, 짚신던지기 등을 하면서 아이들은 흥분했다. 그 아이들이 “The best Saturday ever”라고 소리치면 달려와 포옹을 해주었을 때 나는 이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신을 힘들게 하며 ‘너무’ 일 욕심을 부린다.